최근까지 서울 서초구 S고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김모(16)군은 몇 년 전 어머니가 집안에 빚을 남긴 채 가출, 음식점 보조원으로 일하는 아버지, 동생과 함께 어렵게 생활해 왔다. 채무자들을 피해 다니느라 서울 구로동에서 가리봉동으로 이사를 하고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도 말소된 상태였다. 김군에게 올 2학기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뺑소니 사고를 당했고, 치료비 300만원을 대느라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2학기 수업료 80만원을 내지 못했다. 학교측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김군에게 자퇴할 것을 몇 번이나 에둘러 종용했고, 지난 달 19일 이 문제로 또 다시 모멸감을 느낀 그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을 힐끔 쳐다봤다는 이유로 학교 친구의 뺨을 쳤다. 피해 학생은 고막이 터지는 등 부상을 입었고, 결국 김군은 자퇴서를 제출했다.김군의 상해 혐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최정숙(37·사시 33회·사진) 검사는 23일 김군의 사정을 감안해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또 김군이 집에서 가까운 고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학기 수업료를 내주면서 학용품 등을 선물했다. 주민등록도 복구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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