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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인물] (9) "학내 종교자유" 1인 시위 강의석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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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인물] (9) "학내 종교자유" 1인 시위 강의석군

입력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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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6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헌법 제 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라는 다소 생소한 내용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한 고교생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기독교재단인 서울 대광고 3학년 강의석(18)군이 "아무리 종교를 건립이념으로 삼은 학교에 배정됐더라도 종교가 다르거나 없는 학생에 대한 학교 측 배려가 필요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예배선택권과 관련한 학교 내 종교자유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됐다.강군은 입학 당시부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학교가 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관행에 의문을 품어왔다.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강요한 기독교 예배는 오히려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거짓된 신앙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신분으로 뿌리깊은 관행은 물론 거대한 학교재단에 맞서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씨가 쓴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란 책에서 종교자유의 모순을 지적한 내용을 읽은 뒤 행동에 나서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시위에 앞서 학생회장이기도 한 강군은 교내 방송을 통해 "학교 측에 의한 강요된 종교활동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종교의 자유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하교 후 매일 한 시간동안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담임 교사 등 학교 지도부가 만류했지만 그는 제적과 자퇴 등 최악의 사태도 감수할 각오로 학내 종교자유를 거듭 주장했다. 결국 학교측은 7월8일 학교 방송시설 무단사용과 학생회장의 신분으로 예배불참을 선동해 학교 기본질서의 침해와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 점 등을 이유로 강군을 제적했다.

이후 강군은 더욱 강경투쟁에 들어갔다. 7월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종교재단 산하 사립학교 대부분이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고 17일에는 뜻을 같이하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서울 시청광장에서 학내 종교자유를 외치는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29일에는 대광고 이사장을 상대로 퇴학처분 효력정지와 관련한 소송을 내면서 단식 투쟁을 계속했다. 대광고는 결국 9월말 ‘정규예배는 정상적으로 실시하되, 거부학생에 대한 대체활동계획을 강구해 개별적으로 지도한다’며 강군이 주장한 예배선택권을 부분 수용했다.

강군은 이후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 원서를 냈고 수시 2학기 모집전형에서 법학과에 당당히 합격해 예비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강군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어느 한쪽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식의 벽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허물기 위해 학교에서 제적되면서까지 단식투쟁과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간의 기본 권리에 대한 공부를 통해 보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군은 1월 9일 부산을 출발, 서울까지 도보행진하며 학내 종교와 청소년 인권문제에 대해 널리 알리고 1월말에는 종교자유 침해문제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학교측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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