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서민의 보금자리인 임대아파트가 시공업체의 부도로 단지째 경매에 넘겨지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그렇잖아도 고달픈 삶에 짓눌린 서민들이 제대로 변제도 못 받고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니 칼바람 부는 세모가 더욱 우울하기만 하다.경매정보업체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국적으로 117개 단지에 총 1만5,032가구가 경매에 넘겨졌다. 300가구 이상 10여개 단지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년 말 현재 부도 처리된 임대아파트가 14만6,678가구에 이른다는 건설교통부 집계는 더 놀랍다.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측에 따르면 전국의 임대아파트 100만가구 중 40만가구가 부도 처리돼 120만명의 세입자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4만여가구가 경매 위기에 내몰렸던 98년 외환위기 직후의 임대주택 경매대란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대아파트 시공업체의 부도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임대주택을 짓는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데다 수지가 맞지 않으면 고의부도를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민주택기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시공업체의 건전성을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원하는 관행도 부도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경매에 넘겨질 경우 세입자들이 거의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입자들이 담보 사실을 모르고 입주했거나 변제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떼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건설경기 냉각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관리 잘못의 책임을 지고 적극적인 세입자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입자들이 최소한의 부담으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분양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정부가 직접 임대아파트를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등의 보완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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