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에 의한 잘못된 전쟁’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의 정보기관인 MI6은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진실왜곡으로 신뢰도가 추락하는 등 올해 최악의 해를 맞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CIA와 MI6는 이라크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취합과 분석·판단 실패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의 권위와 정통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향후 이들의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신뢰하고 이를 근거로 전쟁과 같은 중대한 정책을 결정하는데 큰 의문이 제기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FT는 정책의 최종결정에 있어 단지 정보의 결함 때문보다는 정책 입안자들의 편견과 의도된 왜곡이 실책을 이끄는 직접적인 동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행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문제는 단지 정보의 결함 때문에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며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층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스스로 듣기 싫어하는 것은 정보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정책 입안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실 MI6는 내부적으로 2년 전 만 해도 이라크의 WMD 보유여부에 대한 정보에 있어 일관되고 확고하게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을 앞두고 영국 정부 관계자들과 MI6 고위층간의 정보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당초 확신에 찼던 입장은 사라지고 전쟁을 결정한 정책 입안자의 견해 하나로 뭉뚱그려져 버렸다.
이를 놓고 당시 MI6내부에선 "MI6이 영국총리실에 꼬임을 당했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였다. CIA도 예외는 아니다. CIA 내부에서 조차도 일설(一說)에 그칠 제한된 정보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과대 포장되고 거두절미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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