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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2004] (4) 행정수도 이전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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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2004] (4) 행정수도 이전 위헌

입력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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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므로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도 이전은 위헌이다."10월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위헌 결정을 내리자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한국형 뉴딜’ 정책을 구상하던 정부 여당과 수도이전지인 충남 공주·연기 주민들은 엄청난 혼란 속에 분노를 표출했다. 성문헌법체계를 갖춘 우리나라 사법사상 관습헌법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결정"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노무현 대통령도 "처음 듣는 이론"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연스레 "정치적 견해가 개입됐다"는 비판과 함께 헌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쨌든 헌재의 결정으로 그간 추진되던 모든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의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와 충남도의 행정수도 건설추진지원단 활동은 전면 중단됐고, 이들이 추진한 충청고속도로(대전-강원) 건설과 호남고속철도 오송 분기역 유치, 청주공항 육성 등의 사업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폭등하던 지가는 헌재 결정 이후 끝을 가늠하기 힘든 폭락을 거듭했고 장사진을 이루던 ‘떴다방’ 등 부동산 업소들도 썰물 빠지듯 철시했다. 지역 은행들도 하루 만에 ‘악성 채무’로 변해 버린 부동산 대출금 회수로 골머리를 앓았다.

주민들은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헌재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상경 시위를 벌였고 대전의 한 변호사는 위헌결정 재심 청구를 내기도 했다. 이 지역의 ‘반 한나라당’ 정서도 심화해 지방자치단체장의 탈당 및 충남도지부 앞 주민 농성 등이 한동안 계속됐다.

반면 ‘반노(反盧)’ 진영은 헌재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나서 대통령 탄핵과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이어 우리 사회의 보혁대결을 또 한차례 첨예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 사건 클릭/ 與 ‘3가지 대안’ 등 민심 달래기

정부 여당은 이해찬 총리가 위원장인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여러 충청권 개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헌 결정으로 신행정수도를 건설할 수는 없더라도 정부 차원의 주요 시설과 기관을 이전해 수도에 준하는 중심도시로 만들어가자는 복안이다.

대책위는 지금까지 각계에서 제기한 10개의 개발안 중 행정특별시와 행정중심도시, 교육·과학 행정도시 등 크게 3가지 안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행정특별시안은 청와대를 제외한 행정기관이 이전하는 도시를 만들자는 것으로 당초 정부의 신행정수도 계획안과 가장 근접하다.

행정중심도시안은 청와대와 국방·외교 부처를 제외한 상당수 행정기관이 이전하는 방안이며, 교육·과학 행정도시안은 행정기능은 약하지만 경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공공기관 연구소 대학 등이 입주하는 도시로 계획돼 있다. 이밖에 행정 부처만 충청권으로 옮길 경우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므로 충청권에 제2 청와대를 설치, 대통령이 자주 왕래하는 행정특별시를 만들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10월 헌재 결정 이후 급조된 대책위가 아직 뚜렷한 정책을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정부 여당이 어떤 식으로든 지역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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