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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日' 流?/ 中, 반일드라마 열풍 한류와 비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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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日' 流?/ 中, 반일드라마 열풍 한류와 비교돼

입력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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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이 TV 드라마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선 내년 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아 항일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영화가 무려 60여 편이나 방영될 예정이다. 일본의 보수언론 등은 이를 중국 당국의 반일교육 강화라고 의심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가 열풍을 일으켜 한일 양 국민이 가까워진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중국의 반일(反日) 붐은 관영 CC TV가 20일 종영한 ‘기억의 증명’이 몰고 왔다. 29부작으로 야노 코지(矢野浩二) 등 일본 배우들도 20여명이나 출연한 대작이다. 2차대전 말기 일본 요코하마(橫浜)의 군수공장 건설현장에 동원된 중국인 포로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일본군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숨겨진 역사를 현대의 중국과 일본의 청춘남녀가 함께 알아내고 연민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과거의 도식적 반일드라마와는 달리 ‘반전(反戰)’을 주제로 한 멜로드라마로, 주인공들의 사랑을 통해 미래지향적 화해라는 메시지까지 담았다. 전쟁의 광기를 잘 그려내, 2000년 칸느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장원(姜文) 감독의 ‘오니(귀신·일본군의 상징)가 왔다’에 필적한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외무부가 일본과의 외교적 파장을 감안해 드라마 제작 후 무려 1년간 세밀하게 검열한 후 방영을 허가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하지만 아무리 반전을 주장하더라도 드라마 전체를 짓누르는 역사성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기억의 증명’은 제목처럼 일본의 과거 만행에 대한 중국 젊은 세대의 인식을 한껏 일깨웠다. 드라마 종영 후 오락 전문 사이트 ent왕(網) 등에 난데없이 역사토론이 펼쳐지고, ‘일본놈 나쁜놈’ 이라는 욕설이 난무하는가 하면 일본상품 불매운동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인민일보의 쉬바오(徐寶) 기자는 기자에게 "드라마가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만행에 대한 진실을 알려 주었다"고 말했다. 퇴근시간을 앞당겨가면서까지 이 드라마를 모두 보았다는 멍아이화(孟愛華·26)씨는 "일본의 핍박과 만행을 잘 알게 됐다"면서 "분노 속에서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연출가인 양양(楊陽) 스스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거론했는가 하면, 중국 언론들도 "일본의 중국 침략사를 잘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반향이 커지자 CC TV는 조만간 재방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반일 드라마와 영화가 내년에는 중국에서 무려 60여 편이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구(舊)일본군의 침략과 중국 공산당의 항전이라는 과거사가 중국인의 안방을 가득 채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이 일본에선 종전 60주년이지만 중국에서는 ‘항일 민족해방전쟁 승리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60주년’인 것이다.

일부 일본 언론은 중국의 반일 드라마 붐이 정치적으로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를 문화적으로도 맞부딪치게 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사를 아예 없는 것처럼 외면한 한류 붐보다는 차라리 진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일본 내각부가 18일 발표한 ‘외교 관련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침밀감이 있다고 답한 일본인은 37.6%로 사상 최악으로 추락한 반면, 한국에 대한 친밀도는 5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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