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은 깔아 놓았는데, 과연…"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내년 2월 강신호 전경련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대부분 재계 인사들이 이 회장 역할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회장은 물론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우회적으로 ‘등 떠밀기’를 계속하고 있다. 전경련은 특히 이 회장의 위상과 바쁜 일정을 감안, 전경련 회장직 일상 업무를 맡아 줄 수석 부회장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을 만나는 등의 핵심 역할만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회장단 회의도 2~3달에 한번씩 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사분오열되고, 구심점을 잃은 재계로서는 이 회장이 유일한 대안이다. 재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못 내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밀리는 것도 비 실세 회장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회원 기업들이 전폭적으로 밀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것은 차기 대권 주자가 당 대표를 맡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대 정부 관계에서도 그 위력은 가랑비와 소나기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으로서도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거부할 명분은 약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실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대외 행사와 발언이 많은 회장직을 맡을 경우 자칫 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된 상태에서 이 회장 마저 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삼성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 수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23일에도 " 삼성을 최고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 최선이라는 게 그룹 입장" 이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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