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곰 사육업자가 살아 있는 반달곰의 배에 비닐호스를 꽂고 쓸개즙을 채취해 팔다가 적발되어 사회적으로 분노를 샀다. 사건을 접한 모든 사람이 그 잔인함에 치를 떨었겠지만 20년 이상 건강식품 사업을 해 온 나로서는 더욱 씁쓸한 기분이 든다.우리나라 건강식품 문화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어 온 부분이 적지 않다. 몸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먹는 이들은 특히 야생동물을 더욱 좋아한다. 결국 몸에 좋다는 반달곰, 뱀, 사향노루, 수달, 물범 등은 밀렵과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고, 동남아 지역으로의 무분별한 보신관광 행태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정도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불법 거래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보신 문화’는 그 어떤 과학적인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효능이 좋다더라’ 하는 식의 근거 없는 낭설에 의존한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혹시 야생 뱀이나 웅담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내가 건강식품 사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왜 하필 야생동물이어야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주변의 누군가가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질환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야생 뱀탕을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무맹랑한 얘기였지만 그는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먹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야생동물 포획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설사 구한다고 해도 혈액이나 고기의 기생충과 바이러스에 노출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충고한 후 통화를 끝냈다.
야생동물을 포획한 사람은 물론 구입해 먹은 사람까지 모두 처벌키로 한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제정된 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야생동물 밀렵은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좀 더 강력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야 하는 것은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보신 문화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 건강식품을 파는 사람이 야생동물 보호를 주장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식품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보신 문화를 뿌리뽑고 그 위에 올바른 건강식품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우리나라 겨울 산의 아름다움이 올무와 덫으로 뒤덮여 망가지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김영식 천호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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