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정화에 쓰이는 활성탄을 전국 정수장에 공급하면서 규격미달 제품을 납품한 업체 2곳과, 돈을 받고 이 사실을 눈감아 준 정부 산하 연구소 직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또 페놀 등 중금속이 함유된 ‘오일카본블랙(검댕)’이 쓰레기매립장용 수처리제로 둔갑해 지자체에 공급된 사실도 밝혀져 허술한 정화제 관리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성시웅 부장검사)는 22일 지난 2월부터 수도권 5곳 정수장에 유해물질 흡착력이 규격에 미달하는 중국산 석탄계 활성탄을 납품해 4억8,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석유화학공장의 공정부산물인 오일카본블랙 400톤을 2,700만원에 구입해 포항시청에 ‘쓰레기 매립장용 수처리제’인 것으로 속여 팔아 10배의 부당이익을 취한 S사 대표 김모(65)씨를 먹는 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또 2개 정수장에 규격미달의 식물계 활성탄을 납품해 온 H사 대표 김모(46)씨와, 이들 업체로부터 38차례에 걸쳐 1,400여만원을 받고 활성탄의 심사결과를 조작한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직원 임모(37)씨를 구속 기소했다.
정수과정에서 중금속, 불순물 등을 흡착하는 역할을 하는 활성탄은 조달청 기준으로 요오드 흡착력 950mg/g이 최저기준이지만, 적발된 7개 정수장은 흡착력이 850~890mg/g에 불과했다. 특히 S사의 경우 전국 35개 정수장에 독점으로 석탄계 분말형 활성탄을 공급해 온 업체로, 수사대상이 된 정수장 외에 전국의 다른 정수장에도 규격미달 활성탄을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금속 흡착에는 크게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수돗물의 유해성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물이 뿌연 색깔을 띠게 되는 등 피해 가능성이 높았고 활성탄을 자주 교체해야 해 예산이 낭비됐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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