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따져보는 것은 과학자들의 직업병이다. 흥겨운 캐럴과 예쁜 장식에 모두 들떠 있는 크리스마스 역시 과학자들의 예리한 분석을 피해가진 못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과학기자 로저 하이필드가 1999년 발간한 후 몇 달 전 영국에서 개정판까지 나온 베스트셀러 ‘레인디어(reindeer·순록)가 날 수 있을까’는 크리스마스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재미있는 책이다. 거기에 실린 내용 중 산타클로스와 관련한 것만 뽑아 정리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8억4,200만 가구 들러야
12월만 되면 어린이들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하는 산타클로스. 어린이들이 그에게 소망을 담은 편지를 보내며 걱정하는 것은 아마도 ‘지구 상의 이 많은 집을 모두 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일 것이다.
유엔 산하기관인 유니세프(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조사 결과, 전세계 18세 미만 어린이 인구는 약 21억600만 명. 한 가정에 평균 2.5명의 자녀가 있다고 가정할 때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들러야 하는 집은 약 8억4,200만 채에 달한다.
지구 반지름 6,400㎞를 구(球)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 ‘4 π r²’에 대입하면 5억1,445만7,600㎢가 나온다. 지구 면적 중 육지의 비율은 29%밖에 되지 않으므로 사람이 사는 곳의 면적은 약 1억5,9190만㎢이다. 모든 집이 똑 같은 크기로 고루 분포돼있다고 가정하면 각 가정은 약 420m 떨어져 있는 셈이다.
◆ 소리의 속도 6,000배 이상으로 비행
산타클로스가 하룻밤에 움직여야 하는 거리는 집 8억4,200만 채를 420m로 곱해 나오는 약 3억6,500만㎞다. 선물을 실은 썰매와 사슴을 데리고 날짜 변경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밤이 되자마자 지구가 도는 속도에 맞춰 같은 자리에서 ‘배달’을 계속한다면 산타클로스의 임무에는 24시간이 허락된다. 그러나 지구가 도는 반대쪽으로 조금씩 움직일 경우 결과적으로 두 배의 시간을 얻게 되므로 대략 48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거리를 48시간 내에 움직이기 위한 산타클로스의 속도는 초속 2,060㎞(3억6,500만㎞/17만2,800초). 소리의 속도는 초속 약 0.3㎞이므로 산타클로스는 소리의 6,395배인 마하 6,395(마하 1=소리의 속도)로 움직이는 셈이다. 소리의 속도를 추월할 때는 ‘충격파(소닉붐·sonic boom)’라는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방출된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잠에서 깨우는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산타클로스의 썰매에는 이를 상쇄하는 파동을 방출하는 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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