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팬들이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이 된 공룡센터 샤킬 오닐(마이애미 히트)과 ‘포스트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의 시즌 첫 맞대결로 들썩이고 있다. 두 앙숙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는 25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다.두 사람은 8년간 레이커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1999~2000시즌부터 3회 연속 팀을 NBA 챔피언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었다. 당시 레이커스는 센터 오닐의 든든한 골밑 장악과 가드 브라이언트의 상대 내외곽을 넘나드는 교란작전으로 불패군단의 명성을 얻었다.
그러던 중 ‘LA 왕조’를 세운 두 공신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브라이언트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지난해 불쑥 "오닐도 성폭행을 했지만 금품으로 막았다"고 경찰 진술을 한 것. 그렇지 않아도 코트 밖에서 팀 내 주도권을 놓고 서로 거친 설전을 주고 받던 두 사람의 사이는 이 일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틀어졌다.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여론도 둘로 갈라져 싸웠다. 결국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의 손을 들어줬고 오닐은 쫓겨나다시피 마이애미로 팔려갔다. 이번 ‘성탄 대전’은 이미 오닐의 선공으로 후끈 달아오른 상태. 오닐은 최근 마이애미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는 그저 경기일 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면서도 "브라이언트는 내게 상대도 안 된다. LA 농구코트에서는 내가 조지 부시다"라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또한 오닐은 "브라이언트와의 갈등으로 레이커스에서 나와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해고되거나 트레이드 됐다. 다행히 나는 질 좋은 ‘개밥’이라 다른 곳에 팔릴 수 있었다"며 레이커스 팀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이에 앞서 브라이언트는 최근 TV인터뷰를 통해 "성폭행 조사 과정에서 오닐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경솔했다. 오닐과 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화해의 손짓을 했다.
한편 농구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인터넷 경매사이트 ‘e베이’에 나온 이날의 경기 티켓 가격(10달러)은 무려 3,000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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