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윤송이(29·사진) SK텔레콤 상무는 ‘청년실업’이 올 한해 가장 많이 찾은 검색어로 부상한 이 암울한 시기에 단연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는 30세도 안 됐지만 올해 초 SK텔레콤의 최연소 상무로 스카우트되기 전에 이미 유명 인사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수석 졸업한 데 이어 미 MIT대에서 국내 인사 가운데 최연소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의 별명은 ‘천재소녀’.
올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주목할만한 세계 50대 여성기업인’으로, 세계경제포럼이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해 해외에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국가기술자문회의에 20대로는 유일하게 자문위원으로 굽ㅅ틈? 그렇다고 그를 대중의 세속적 호기심이 만들어낸 일시적 스타로 치부할 수는 없다. 윤 상무의 성공신화는 우리 사회가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다가 나이가 들면 저절로 승진하는 산업화 시대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철저하게 능력에 의해 평가 받는 정보화 시대로 들어섰다는 얘기다.
윤 상무는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내가 즐길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묵묵히 매진하다 보니 보상이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년시절에 곤충을 채집하거나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일에 강한 흥미를 느꼈고 스스로 이과계통이 적성에 맞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고에 진학했고 2년 만에 마칠 수 있었다. 윤 상무는 "단지 성적이 좋아서 과학고에 들어온 동창들도 꽤 많았는데, 그 중 상당수가 진로를 놓고 방황하고 있다"면서 "의대 진학을 권유하지 않고 과학을 전공하도록 용기를 북돋워준 부모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윤 상무가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름은 휴대폰과 사용자간의 거리를 좁혀준다는 의미의 ‘1㎜’다. 게임을 좋아하는 휴대폰 사용자의 휴대폰에 게임에 관련된 정보나 서비스가 저절로 뜨게 하는 등 휴대폰에 인공지능을 넣어 이용자의 생활패턴과 취향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사실상 완료해 내년 초 정식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그는 "정보기술(IT)이 우리 주변과 생활을 몰라볼 정도로 바꾸고 있고 그 변화속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면서 "우리사회의 정보화가 IT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만큼 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IT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달라는 질문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직함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 보니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35명의 멤버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가끔 회식도 하면서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나이나 성별로 인한 문제를 별로 겪어 본 적이 없다. 그는 "취업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동시대의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면서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다 보면 성공의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젊은이들이 용기를 잃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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