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 탄핵 파문3월12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한나라당 108명, 민주당 51명 등 의원 159명이 선거법 위반 등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한지 3일만이었다.
격렬히 저항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는 의장 질서유지권까지 발동된 가운데 실시된 표결 결과는 찬성 193표, 반대 2표였다. 노 대통령의 직무는 즉각 정지됐고, 국론이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탄핵사태는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함으로써 63일만에 마무리됐다.
■ 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수도이전 사업 무산으로 충청권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헌재가 위헌 결정의 논리로 관습헌법 이론을 동원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지난 달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를 구성해 내년 초까지 후속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국민의견을 수렴해 복수로 대안을 만든 뒤 국회에서 최종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 IMF때 보다 어려운 경제
2004년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암울했다. 유례없는 수출호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침체 심화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로 경제성장률이 5%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하게 됐다.
2·4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던 내수는 하반기들어 오히려 악화하면서 더블딥(경기 이중침체)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을 낳았고, 내년 상반기까지 ‘L자’형 장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경기 대책은 거듭되는 정책 혼선 속에 부양효과는 묻혀버렸다.
■ 황우석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
2월 13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한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는 각국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와 함께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그는 난자의 핵을 뺀 자리에 체세포 핵을 집어 넣은 체세포 복제 방법을 사용해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들었는데, 이는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의 첫 성공사례로 기록됐다. 황 교수의 연구 성과는 질병 치료의 획기적인 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아울러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둘러싼 첨예한 정치·윤리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 17대 총선, 16년만에 여대야소
4월15일 실시된 17대 총선은 정치 지평을 변화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선거 전 47석에 불과했던 열린우리당이 전체 의석 299석 중 152석을 차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대야소(與大野小)를 만들어냈다. 여야구도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17대 국회는 187명의 새 얼굴들이 등장, 역대 최대 물갈이를 기록했다. 특히 386 운동권 출신의 대거 입성과 민주노동당의 제3당 부상 등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으로 계파정치, 금권정치 등의 풍토가 상당부분 없어졌으나 대립과 파행의 구태는 여전했다.
■ 김선일씨 피살…추가파병 논란
국내 여론이 찬반 양론으로 팽팽하게 갈린 가운데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이 2월 국회를 통과했다. 3,600여명 규모의 자이툰부대는 8월부터 11월말까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역인 아르빌에 순차적으로 안착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 장병들을 격려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6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전달된 김선일씨의 절규는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김씨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끝내 살해되자 추가파병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벌어졌다.
■ 수능 휴대폰 부정행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가 온 나라를 혼란 속에 빠져들게 했다. 광주에서 처음 드러난 휴대폰 부정행위가 경찰의 수사확대로 서울 충남 전북 강원 대구 제주 등 전국에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물림, 대리시험, 웹투폰 방식 전송 등 소문으로만 떠돌던 수능 부정행위도 사실로 밝혀졌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312명의 수능 성적이 무효 처리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수능을 부정으로 얼룩지게 한 우리사회의 학벌주의와 도덕불감증은 그대로 남아 있다.
■ '욘사마' 일본내 韓流 열풍
2004년 한 해 동안 현해탄을 건너온 소식의 8할은 ‘욘사마’ 배용준(32)에 대한 일본 여성들의 열광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일본 방문 때면 공항과 호텔이 마비되고, 11월 27일부터 12일간 도쿄에서 열린 사진전에는 6만명이 관람했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넘어 일본으로까지 불어 닥친 한류 태풍의 눈이자, 최대 수혜자이기도 한 배용준 한 사람의 존재로 인해 양국의 친밀감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일본내의 반한감정이 줄어들었다. 그 누구도 그가 일본의 최고 인기대중상품이 될 줄은 몰랐다.
■ 北용천역 화물열차 폭발
4월 22일 낮 12시15분께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용천역에서 거대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열차와 유조차 등이 폭발해 역 인근 용천소학교 학생 등 150여명이 죽고 1,3000여명이 다쳤다. 또 반경 1㎞ 지역이 폐허로 변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사고발생 이틀만에 사고 사실을 발표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남한과 국제사회는 필요한 물자를 신속 지원했고, 용천소학교는 9월 다시 문을 열었다. 이 사고가 중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계획적 공격이었다는 설도 무성했다.
■ 21명 연쇄살인 유영철 검거
유영철(34)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영화에나 나올 법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그에게 살해된 사람은 모두 21명. 희생자들은 대부분이 성매매 여성과 노인 등 힘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노인들을 둔기로 때려 살해하는가 하면 여성을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살해한 뒤 토막내 암매장하기도 했다. 그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유영철은 "잡히지 않았다면 100명은 더 살해했을 것" "시신의 일부를 먹었다" 등의 충격적인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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