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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이들 볼모로'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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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이들 볼모로' 이제 그만

입력
200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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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 초등학생 또래 세 명이 놀고 있었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놀이터에 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활기 넘쳐야 할 아이들이 마치 누가 시켜서 논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날씨가 추워 집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봤다."학교 가고 싶은데 엄마가 가지 말래요. 조금만 참으면 가까운 중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된대요."

사정은 이랬다. 이 아파트단지 학생들이 다니는 샘모루초등학교는 학의천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 평촌신도시와 학구가 구분돼있다. 이 학교 6학년생들은 내년이면 700c 거리인 평촌신도시내 학교보다 조금 먼, 2~3㎞ 떨어진 K중과 K여중으로 진학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가까운 학교를 놓아두고 먼 거리 학교로 가는 것은 중학교 ‘근거리 배정’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학구 조정을 요구하며 15일부터는 초등학생들의 등교를 막고 있다.

소중한 내 자식이 좀 가까운 학교에 다녔으면 하고 바라는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논리, 방법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이 아파트단지가 평촌신도시와 학구가 다르다는 것은 주민들이 입주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또 이 아파트단지를 따로 떼내 평촌 학구로 포함시키면 평촌 학생들은 그만큼 학구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쪽 학부모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최근 분당 구미동 주민들이 도로 문제로 초등생 자녀들의 등교를 막은 적이 있고, 울산에서는 소각장 반대시위에 아예 초등생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우리 부모들이 언제부터 걸핏하면 아이들 학교도 못가게 막는 어른들이 됐을까.

어깨를 늘어뜨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요. 어른 다툼에 제발 우리를 끌어들이지 마세요."

이범구 사회부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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