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신문을 심신이 불편한 환자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신문산업이 거센 환경변화 속에서 겪는 경영위기를 체력저하에 따른 염증과 궤양이라고 보고, 신문마다 저널리즘이 당파적 보도로 인해 편가르기에 나선 것을 심리적 균형상실이라고 한다면 말이다.신문산업의 위기는 연초부터 시작된 일부 과점신문의 가격인하경쟁에서 나타났다. 중앙일보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조선일보가 가세했다. 가격인하경쟁은 경품을 내세운 구독권유의 연장에 지나지 않았고, 새로운 독자를 창출하기보다 다른 신문의 독자를 유인하는 성격이 강했다. 가격인하경쟁은 비 과점신문의 부수와 해당 과점신문의 수입감소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악수(惡手)였다.
신문시장의 과점화는 여론시장의 과점화를 가져왔다.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보수적 논조의 과점신문은 국회의 탄핵처리와 행정수도이전 위헌소송에 불을 지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안은 기각됐고, 행정수도 이전정책은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언론의 편가르기 과정에서 민심은 분열됐고 상처를 입었다.
신문의 위기는 매체별 신뢰도가 TV에 뒤지고, 인터넷에 위협 받는데서도 드러났다. 신문매체의 광고와 판매수입 감소위협이 가시화했고, 무료신문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한 해를 마무리 할 즈음 최고 부수를 내세우는 신문과 진보를 표방하는 신문 모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명예퇴직제도를 실시한다는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환자가 된 신문 앞에 정치권이 의사로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언론정책의 혼미를 더했고, 여야는 상반된 법안을 제시한 채 치료를 미루었다. 열린우리당은 신문시장 과점화와 경영주의 편집권 지배를 막기 위해 점유율 제한과 편집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신문법안을 제안했으나, 과점신문과 한나라당은 이를 특정신문을 겨냥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대립으로 언론개혁 입법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와 진보적 논조를 표방하는 신문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고, 과점신문도 우려를 표명했다. 홍 회장이 정부의 개혁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아니면 보수화를 가져올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부의 언론정책이 혼미한 타협의 길에 들어선 것만은 분명해졌다.
올 한해 신문은 언론환경의 변화로 인해 적지 않은 고통을 감내했다. 신문산업 내부의 불균형이 심화했다. 당파적 논조로 인해 저널리즘의 갈등이 증폭됐다. 허약한 심신으로 인해 사회적 통합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의사를 자임한 정치권은 열린우리당은 점유율 규제, 한나라당은 규제의 최소화란 상반된 처방을 내놓고 다투고 있다.
우리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해 언론의 회생책이 시급하다. 언론의 몸에 해당하는 신문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그리고 정신에 해당하는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율적 균형감 회복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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