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제 시행 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채무자 5명이 이 제도를 통해 신용불량자 상태에서 벗어났다.서울중앙지법은 22일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사건 가운데 황모(56)씨 등 5명이 제출한 채무 변제계획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개인회생 신청자의 자격과 채무이행 가능성 등을 꼼꼼히 심리한 뒤 개시결정을 내리며, 개시결정이 내려진 채무자에 한해 채권자들의 이의가 없을 경우 채무 변제계획안을 최종 승인한다.
변제계획안이 승인되면 법원은 즉시 전국은행연합회에 통지하고 은행연합회는 해당 채무자의 신용불량 상태를 해제하도록 돼 있다. 또 모든 재산이 다시 채무자에게 귀속돼 채무자가 재산권을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으며 채권자가 행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등의 효력이 없어진다.
전국 최초로 변제계획 승인을 받은 황씨는 "개시결정 이후에도 최종 승인이 안 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생업에만 전념하며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숙박업을 하던 황씨는 외환위기(IMF) 당시 부도가 나는 바람에 1억4,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으며 채권자들의 고발로 5일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부도 이후 어렵게 구한 아파트 관리직도 잃고 채권자들의 독촉에 시달리다 9월23일 개인회생제가 시행되자 법원을 찾았다. 현재 작은 업체에 취직해 월 90만원을 받고 있는 황씨는 앞으로 5년간 매월 50여만원씩 갚을 경우 나머지 빚 1억여원을 탕감 받는다.
황씨는 "월 40만원으로 힘든 생활을 해야 하지만 가족들에게 떳떳한 가장 노릇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어 신용불량자임이 드러날 경우 해고될 위기에 놓였던 A(29)씨는 변제계획 승인을 받고는 "희망 없는 암흑세상에서 빠져 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무일푼으로 독립, 하객들도 초청하지 않은 채 결혼식을 올린 뒤 3명의 자녀를 둔 그는 계획대로 5년간 원금의 30%만 갚으면 빚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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