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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룩앳미 - 힘 앞에 모이는 ‘관계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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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룩앳미 - 힘 앞에 모이는 ‘관계의 가벼움’

입력
200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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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1 롤리타(마릴루 베리)는 유명 작가인 아버지 에티엔(장 피에르 바크리) 때문에 외롭다. 아버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롤리타는 별 볼일 없고 뚱뚱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재능도 뛰어나지 못하다.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지만, 아버지를 이용할 줄도 안다. 아버지를 통해 마음에 드는 남자의 취직자리를 주선함으로써 그를 남자친구로 만들고, 음악선생님 실비아(아네스 자우이)에게는 조용히 아버지 명함을 전달해 그녀의 친절을 이끌어 낸다.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롤리타에게 아버지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관계2 롤리타는 자신을 이용해 아버지와 친분을 쌓으려는 주변사람들이 넌더리가 난다. 하지만 음악 선생님인 실비아만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보니 실비아도 무명 작가인 남편 피에르(로랑 그레빌)의 성공을 위해 롤리타에게 접근한 것이다. 겉으로 봐서는 바람직한 사제관계. 하지만 이 관계를 유지하는 힘은 실비아의 내숭이다.

#관계3 피에르는 롤리타 덕분에 에티엔과 같이 일하게 되고 유명세도 탄다. 하지만 그 대가로 에티엔의 폭력을 참아내야 한다. 그의 독설과 변덕에도 능청스럽게 대응한다. 가끔씩 비굴한 모습도 보인다. 피에르에게는 에티엔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룩앳미’를 보면 누구라도 "맞아. 맞아. 나도 저랬어"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프랑스식 수다파티 속에 인간관계의 표면과 이면이 유머러스하고 날카롭게 드러나 있다. 도무지 서로 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에티엔이 가진 권력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고 관계를 유지한다. 에티엔은 제 멋대로고 주변사람들에게는 독설을 퍼붓지만, 유명세 때문에 괴팍한 성격은 용서되고 주변에 사람이 몰려 든다. 에티엔이 악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역시 미숙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타인의 취향’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에 대해 탐구했던 아네스 자우이 감독은 ‘룩앳미’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모든 만남에는 사정이 있기 마련. 그 관계가 이리저리 얽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나 자신을 또는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리고 피식 웃을 것이다. 감독 자신이 실비아 역까지 맡았다. 24일 개봉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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