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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능시험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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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능시험 폐지하라

입력
200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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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직만 크고 비효율적인 정부가 아닌, 작고도 알찬 정부를 선호한다. 작고도 효율적인 정부조직을 만들려면 정부에서 개입하거나 관장하지 않아도 좋을 일은 과감히 다른 기관에 넘겨야 한다.작은 정부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 정부가 주관하는 수능시험이다. 전국의 모든 대학진학 희망자를 한날 한시에 모아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고 그것을 토대로 성적과 석차를 산출하는 일, 이 엄청난 일은 비용도 엄청나려니와 해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교육부가 없어야 교육이 잘될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게 하는 요인의 하나가 바로 수능이다.

탈 많은 수능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험 때는 IT대국답게 무선통신기를 사용한 부정행위가 문제가 되더니, 성적 발표 때에는 과목별 표준점수 편차가 커서 선택과목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게 문제가 됐다. 수능시험이 있는 한 부작용과 문제점은 없을 수가 없다. 단 한 가지 문제로 전국의 모든 대학입학 희망자에게 시험을 보이는데 어찌 문제가 없겠는가?

시험문제가 어려우면 고액과외를 부추겨 문제고, 시험문제가 쉬우면 변별력이 떨어져 문제다. 성적을 그대로 발표해도 선택과목의 난이도가 같지 않아 또 문제이며, 과목별 표준점수를 사용하면 로또복권 같아져서 그 또한 문제가 된다.

수능시험을 관장하는 당국은 내년에는 또 다른 개선책을 내 놓을 것이다. 결과는? 수험생들은 그 새로운 방식으로 인해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들은 완벽할 수 없지만 수능제도는 특히 그렇다. 전국의 학생들 대다수가 만족할만한 시험방법이 쉽게 찾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쉬워도 문제, 어려워도 문제, 합산점수도 문제, 표준점수도 문제이며, 개선책을 마련해도 문제, 마련하지 않아도 문제다.

더 있다. 학생들에게 수많은 과목을 시험 보게 해서 입시부담을 늘리는 것도 문제고(무용학과 학생에게 수학실력은 그리 중요치 않다), 모든 대학과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것도 문제이며, 기계가 채점할 수 있는 선택형문제만으로 사람의 지식정도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그래 갖고는 지식의 깊이를 알아낼 수도 없고 사고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이루어 질 수도 없다.

그러니 이제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되돌려줘야 한다. 그 많은 대학의 학생들을 단 한가지의 방식으로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예산낭비다. 대학마다 특성이 다르고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특성이 각각 다른데 획일적인 선발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문제투성이임은 충분히 증명됐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적합한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대학입시다. 학생선발은 대학에 맡기고 교육부는 입시관리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철저하게 감시·감독만 하면 된다. 그게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가는 길이고, 끝없이 이어질 수능 관련 잡음을 차단하는 길이며, 사지선다 방식 외에 더 심층적으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그들의 지적능력을 깊이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길이다.

물론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일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대학에서 입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연구·개발하는 일은 당국이 전국의 모든 지원자를 평가하는 방식을 연구·개발 하는 일보다 훨씬 더 성공가능성이 높다. 각 학교의 특성과 잠재적 지원자의 특성을 다 고려할 수 있고 대학에 소속된 인원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제도에 맞춰 우왕좌왕한 지난 세월 동안 각 대학들에 선발을 맡겼더라면 지금쯤 상당수 대학이 현실 적합성 있는 입시방식을 이미 개발했을 것이다.

이동인 충남대 사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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