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선진국 수준인 77.0세에 이르렀다. 2002년 기준으로 남성 73.4세, 여성 80.4세로 1991년에 비해 남성 5.64세, 여성 4.52세가 늘었으니 지금은 더욱 늘어나 있을 것이다.평균수명이 기아·질병과의 싸움의 결과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발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오복 가운데 장수를 으뜸으로 여겨 온 동양 전통으로 보아도 여간 반갑고 기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을 무턱대고 반길 수만 없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늘어나는 평균수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용능력의 상대적 저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회 중추인 45세 남녀의 ‘기대 여명(餘命)’은 각각 30.75, 36.9년이다. 경제활동인구를 가르는 기준인 65세가 될 때까지 꽉 채워 일해도 2050년이면 노동력을 갖춘 20~64세 3명이 2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대학과 군대를 마치고 직장을 잡게 되는 평균적 남성 직장인을 생각하면 문제는 한결 심각하다. 외환위기 때 불어 닥친 조기퇴직 바람을 타고 기업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이 52.3세로 낮아졌다. 퇴직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기회란 거의 없다. 퇴직 후 25년을 일 없이 지내야 할 직장인들의 한숨이 들릴 만하다.
개인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늘어나는 청년실업까지 생각하면 남성의 경우 기껏해야 30~52세에 제대로 근로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77년을 사는 동안 22년밖에 일을 못한다면 2명의 근로소득을 7명이 나눠 먹는 셈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부담을 견딜 수 있을까.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예에서 보듯 유일한 방책은 꾸준히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 이후의 취업기회를 늘리는 것뿐이다. 불황이 그런 의욕을 가로막고 있다지만 정부와 기업이 사명감을 갖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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