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김지숙 박정자 손숙 양희경 윤석화.이름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6명의 대형 연극배우가 ‘여배우 시리즈’ 무대에 차례로 오른다. PMC프로덕션(대표 송승환)이 강남지역 연극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대형기획공연. 6명의 배우가 직접 작품을 선택하고, 연출진을 선정해 새해 2월 11일 막을 올려 2006년 3월까지 서울 청담동 우림청담씨어터에서 공연한다.
1년 여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윤석화의 ‘위트’. 1999년 풀리처상을 수상한 마가렛 에디슨의 동명원작을 번안한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다음으로 김성녀의 ‘벽 속의 요정’(가제)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원작을 우리나라 배경에 맞췄다. 역시 국내 초연.
손숙은 ‘셜리 발렌타인’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40대 주부를 연기한다. 박정자는 청년과 노파의 사랑을 그린 ‘19 그리고 80’로 다시 관객 앞에 선다. 양희경은 창녀의 넋두리를 순결한 사랑으로 승화시켜 큰 감동을 주었던 모노드라마 ‘늙은 창녀의 노래’로 팬을 찾아간다. 대단원의 막은 김지숙의 ‘로젤’이 내린다. 91년 국내 첫 소개 된 이래 3,000여 회 공연으로 8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 김지숙( ‘로젤’)
"좋아하는 선배, 동료들과 ‘여배우 시리즈’를 같이 해 기쁘다."
"로젤은 육체적으로 굉장히 흔든 작품"이라고 평가한 김지숙은 "체력이 10년 전 초연 때와는 달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데뷔 29주년을 분신과도 같은 작품으로 마무리하고 30주년을 맞고 싶다. 모두 독립운동 하듯 목숨 걸고 준비해 관객들이 많이 찾도록 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 윤석화( ‘위트’)
윤석화는 ‘위트’를 원래 자신이 운영하는 대학로 정미소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머리를 삭발하고 자궁암에 걸린 50대 교수를 연기할 그녀는 "위트는 아마 제 연기인생에 있어 기억에 남는 작품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며, 이대로 은퇴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했다. 공연문화를 되살리려는 송승환 대표의 의지에 감복해 ‘여배우 시리즈’ 합류를 결정했다고. "내로라 하는 여배우들이 연극다운 연극으로 뭉치면 ‘불모지’ 강남의 연극 활성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박정자(‘19 그리고 80’)
‘피의 결혼’으로 ‘연극열전’ 시리즈에 참여한 그녀도 송 대표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합류결정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참가작 ‘19 그리고 80’은 박정자가 "80세가 될 때까지 연기할 것"이라고 평소 말해왔던 작품. 그녀는 " ‘19 그리고 80’이 여러차례 무대에 올랐지만, 예전에 그랬듯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손숙( ‘셜리 발렌타인’)
‘어머니’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 손숙의 참여는 송 대표가 박정자의 합류와 함께 가장 감사해 하는 부분. 손숙은 ‘셜리 발레타인’에 가슴 아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고 김동훈 대표가 실험극장을 강남으로 옮겨 직접 연출까지 했던 작품으로 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난 직후 극장 문을 닫았다. 그녀로서는 같은 작품으로 강남무대에 다시 도전하기에 감회가 새롭다. 영국 연출가를 초청해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참여했다. "6명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르기에 경쟁의식이 생길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시리즈의 성공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 김성녀( ‘벽 속의 요정’)
마당극 배우로 많이 알려진 김성녀는 1년에 300일은 무대에 오르는 연극배우. 그 동안 모노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었던 그녀는 "송 대표가 울고 싶을 때 뺌을 때려준 격"이라며 합류과정을 설명했다. 김성녀는 "마당놀이이외에는 남편과 큰 작품을 해보지 못해서 손진책씨를 연출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 양희경( ‘늙은 창녀의 노래’)
1995년 TV출연을 모두 접고 매달렸던 ‘늙은 창녀의 노래’를 양희경은 "인생을 되돌아 보도록 한 작품"이었다고 평가한다. 올 1월 시작한 연극열전 시리즈 1탄으로 다시 올리려 했지만 기획사와 극장측의 뜻이 맞지 않아 무산된 아쉬움을 이번 ‘여배우 시리즈’로 달랠 예정. 그녀는 "작품 속 주인공처럼 도 닦는 기분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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