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는 잘하는데 홍콩은 왜 이래’20일 마카오 주권회복 5주년 겸 에드먼드 호 행정장관 2기 취임식 참석차 마카오를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을 호되게 꾸짖었다. 후 주석은 이 자리에서 마카오의 번영과 발전을 대비시키며 둥 장관을 공개 비난해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후 주석은 "마카오 당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성공적으로 실천했다"고 추겨세운 뒤 둥 장관에 대해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무엇이 잘못됐는 지 반성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둥 장관은 후 주석의 난데없는 발언에 너무 당황해 얼굴이 붉어지고 손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몰랐다는 후문이다. 후 주석이 망신을 주다시피 하는 직설적 어조로 홍콩 최고위 관리를 질책한 것을 전례없는 일이어서 홍콩 당국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했다.
후 주석은 둥 장관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지만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와 경제실정,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응 미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7월 50만 명이 넘는 홍콩 주민이 베이징(北京) 당국의 홍콩기본법 23조(국가안전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반대시위를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반환 7년만에 최대 규모였던 이날 시위로 국가안전법은 시행이 보류됐다.
최근 홍콩에는 국가안전법 외에도 행정장관 및 입법회(의회) 의원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당국으로서는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의 발언으로 둥 장관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겠지만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둥 장관이 2기 임기가 끝나는 2007년까지는 장관직을 지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둥 장관의 신뢰도에 상당한 흠이 간 상태기 때문에 앞으로는 베이징 당국이 홍콩 정국에 직접 개입하는 친정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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