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사가 되어 새 인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성매매 대책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울었다. 연초까지도 다방 유흥업소 집창촌을 전전하는 성매매 여성이었다가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 합격한 두 사람 A(30)씨와 B(25)씨. 서울시의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 지원기관인 ‘다시함께 센터’가 운영하는 전용쉼터에서 자활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은 검정고시를 거쳐 모 전문대학 피부관련학과와 사회복지학과에 각각 지원, 대학생의 꿈을 이뤘다.A씨는 17세 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가출한 후 13년간 집창촌 등을 떠돌아다녔다. 4년 넘게 유흥업소에서 일한 B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섬까지 들어갔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악몽의 시간을 보쨈? 선불금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에 심신이 피폐해진 이들은 ‘다시함께 센터’에 올해 초 입소했다.
B씨는 "처음에는 빚만 해결되면 쉼터에서 나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사회복지관에서 치매노인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데도 웃음을 잃지 않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져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A씨는 "중학교 졸업 후 15년만에 공부를 했다"며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생이 나왔다고 부모님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난생 처음 효도를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는 쉼터에서 그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부모님과 13년만에 재회했다.
채병석 서울시 여성정책과장은 "쉼터에 있는 성매매 여성이 대학 진학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며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 지원을 위해 지난해 전용쉼터 4곳을 설립했다. 후원 문의 서울시 여성정책과 (02)3707-9233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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