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째 이어지던 국회파행이 21일 가까스로 멈췄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마라톤 4자 회담의 성과다. 양당이 17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대표, 원내대표 등 수뇌부가 만나는 회담에서 국회를 정상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 입장차가 커 난항을 겪을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1차 회담에서 합의문까지 작성한 것은 대화정국 복원의 신호탄이다. 일각엔 4자 회담의 틀이 과거 정국의 중대 고비마다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활용됐던 영수회담을 대신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그러나 이날 회담의 의미는 여기까지라는 게 냉정한 평가다. 회담결과에 대한 양당 수뇌부의 화려한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핵심 쟁점인 4대 법안 처리해법에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정쟁의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는 얘기들이다. 심지어 "회담결렬 시 자신들의 무능력에 쏟아질 질타를 피하기 위해 내놓은 면피성 합의"라는 혹평도 있다. 실제로 ‘4대 법안은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되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합의는 양당의 엇갈리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합해놓은 모순적 내용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때문에 양당은 회담 직후 이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강행처리를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이는 표결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의 처리’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곁에 있던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연내 처리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회기 내 처리’에 주목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표결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합의문을 보면 민생법안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을 30일 처리한다는 것만 분명할 뿐 나머지 법안은 모든 게 애매하다. 국보법 등 4대 법안과 또다른 양당 쟁점인 ‘한국형 뉴딜정책’ 관련 법안 처리문제는 사실상 4자 회담에 미루거나 교묘히 비켜갔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4대 법안, 특히 국보법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은 물론 언제든 국회파행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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