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 날의 독서일기 (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 날의 독서일기 (상)

입력
2004.12.22 00:00
0 0

어릴 때 산골에서 자라다 보니 마땅히 읽을 거리가 없었다. 아버지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들을 위해 열 두 권짜리 한국문학전집을 사왔다. 5학년인 나도 틈틈이 그것을 읽었다.유주현 선생의 ‘6인 공화국’이란 단편이 있다. 장 군은 자유당 시절 고관의 아들, 민 군은 민주당 시절에 득세하던 집안의 아들, 사 군은 4.19 때 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오 군은 5.16으로 클로즈업된 군 실세의 아들, 거기에 재벌집 외동딸과 퇴직교수의 딸이 나온다.

어린 나이에도 이 소설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못 알아들을 말이 있었다. 이들이 무인도로 며칠 놀러 가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고 벌거벗고 군대식으로 행진도 하는데, 5.16 실세의 아들 오 군이 남자들 무리에서 벗어나 혼잣말로 뇌까린다. "차아식들! 저 짓에도 지치면 이제 뭘 할 텐가. 발광이거나 섹스겠지. 섹스는 간통 아니면 흥미 없을 테고."

발광은 알지만, 섹스가 뭔지 알 턱이 없는 이 열 한 살짜리 소년은 강릉 사투리 그대로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부지. 섹스가 뭐하는 기래요? 간통은 또 뭐하는 기래요?" 아들의 이 당돌한 질문에 아버지는 얼굴만 빨개지셨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