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수두가 제2군 전염병에 추가돼 국가필수 예방접종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20만 명이 감염되는 수두는 유아기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기 쉬우나, 때론 뇌막염 폐렴 같은 합병증이나 보기 싫은 흉터를 남길 수도 있으며, 성인이 된 후 대상포진이란 고통스런 병으로 다시 우리 몸을 괴롭히기도 한다. 11월에서 1월은 수두가 가장 유행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강남성모병원 문동언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성모자애병원 강진한 소아과 교수로부터 수두의 예방 접종에서 대상포진의 예방 및 치료까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누구에게 감염되나
흔히 수두는 3~5세 유아에게 가장 많이 감염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에게도 수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면역이 없으면 누구에게나 감염되며, 성인일수록 심한 증상을 나타낸다. 특히 암이나 에이즈, 당뇨병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온 몸에 퍼질 가능성이 높다. 또 임신부가 임신 초기 수두에 감염되면 선천성 수두증후군 아기를 낳을 수 있다.
◆ 어떻게 감염되나
말하거나 재채기할 때 나오는 침방울이나 피부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수두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의 잠복기는 14~16일이나 10~21일이 될 수도 있다. 수포 발생하기 1~2일전에서 5~6일까지가 전염력이 높은 기간이므로, 다른 어린이들이 전염되지 않도록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면 곧 학교를 쉬고, 집에서 가료하는 게 좋다. 잠복기가 길므로, 방학 후에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의사를 찾는 게 좋다.
◆ 예방접종 언제하나
질병관리본부는 생후 12~15개월 영유아에게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에게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만약 이 시기에 예방접종 받는 것을 놓쳤는데 아직 수두에 감염된 적이 없다면 12세 까지는 1회 접종, 13세 이상인 경우엔 4~8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은 특히 맞는 게 좋다. 현재 우리나라 수두 예방 백신 접종률은 40%정도. OECD국가의 75~80%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수두백신을 맞았다고 100% 예방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두에 걸려도 훨씬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 증상·합병증 낮추려면
수두가 나타나기 전 하루 이틀 열이 나고 아플 수 있다.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면 확실한 증상이다. 수두 자국이 남는 것은 반점을 긁어 세균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긁거나 해서 세균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반흔을 남기지 않는다. 손을 잘 씻고 손톱을 짧게 자른다.
너무 가렵다면 연고를 바를 수 있으나, 잘못 발랐을 경우 오히려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바르도록 한다. 해열제,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한다. 영유아는 라이증후군 발생 우려가 있으니, 해열제로 아스피린은 피한다.
◆ 수두 앓으면 대상포진 걸리나
정확히 수두 환자의 몇%가 대상포진을 겪는지 통계는 없다. 어릴 때 수두에 걸렸던 사람은 수두를 일으켰던 바이러스가 척수 등골 신경세포에 숨어있다 몸의 저항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수두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통증과 피부발진 등을 겪게 된다.
과거 대상포진은 나이가 많은 성인에게나 나타나는 증상으로 알려졌으나 강진한 교수는 "최근엔 어린이에게도 대상포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대상포진 증세는
대상포진의 주요 증세는 신경이 분포하는 피부에 물집이다. 등이나 가슴 한쪽에만 띠(帶) 모양(狀)으로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긴다.
환자의 70~80%는 물집이 생기기 3~4일전부터 미열 두통 피로 등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 오른쪽 또는 왼쪽 한쪽 다리나 팔, 얼굴 몸통의 이상한 감각, 통증 등이 생긴다. 이 때문에 다른 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피부발진이 없이 통증만 있거나, 반대로 피부발진은 없이 통증만 있는 경우도 있다.
◆ 대상포진 물집도 흉터남나
물론이다. 수두보다 더 심한 흉터를 남길 수 있다. 문동언 교수는 "대상포진이라고 진단되면 즉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 수포성 발진을 치료해서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반드시 초기에 통증 치료를 통해 대상포진후 신경통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통증이 지속되는 이유
대상포진이 치유된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부른다. 대상포진 후 모두 다 신경통을 앓는 것은 아니지만, 9~34%는 신경통으로 이행한다는 통계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신경통으로 이행하는 비율이 높아 55세 이상은 27%, 60세 이상은 47%, 70세 이상은 73%가 신경통으로 이행한다. 보통 신경통으로 이행한 환자의 평균 통증 기간은 발진이 없어진 후 6개월정도까지 지속된다. 일부 환자는 평생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 대상포진 후 신경통 예방하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말초 및 중추 신경계 손상에 의한 통증으로 자칫 난치성 통증질환이 되기 쉽다. 게다가 어찌나 통증이 심한지 환자들은 ‘아이 출산할 때보다 훨씬 더 아프고, 팔다리를 절단했을 때보다 더 아프다’고 통증을 묘사할 정도이다.
문동언 교수는 "대상포진의 통증은 신경 자체에서 오는 통증으로 일반 진통제 외 새로 개발된 항경련제나 항우울제 등을 사용해야 효과적이며 통증이 심한 경우엔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이용한 신경차단치료도 동시에 실시한다"고 말했다. 신경차단치료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물론 신경 염증을 직접 감소시켜 통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 수두나 대상포진 재발되나
수두는 한번 감염되고 나면 평생 면역을 얻게 돼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대상포진 역시 재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암이나 에이즈 등 면역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환자에서는 가끔 재발하기도 한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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