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여야가 4자 회담에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직후 한나라당은 국회 법사위 회의장 점거 농성을 풀었다. 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당직자들이 지역별로 3개 조로 나눠 각 조가 매일 2교대로 24시간 내내 회의장을 지킨 지 14일 만이다.의원들은 "회의장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같이 자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됐고, 싸울 줄 모르는 ‘샌님 야당’ 이미지를 털고 대여 투쟁의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 분열의 기미가 감지되는 등 상처도 남겼다. 농성 참석률 등을 놓고 의원끼리 서로 손가락질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가장 지탄 받은 부류는 ‘나 몰라라 형’의 의원들. 농성이 시작된 뒤 거의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수도권의 W, K 의원과 부산의 초?K 의원 등이다. 이들에 대해선 "살생부에 올려 18대 총선 땐 절대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살벌한 얘기들이 나왔다. 의원총회나 언론 인터뷰에선 강경한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농성 참여율은 저조했던 L, A, K 의원 등 대구·경남 중진 그룹과 수도권 3선 H 의원 등도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의원들은 "아예 안 나타나는 것보다 더 얄미운 사람들은 박근혜 대표나 김덕룡 원내대표가 위로 방문하는 시간에만 딱 맞춰 나타나 눈 도장만 찍고 사라지는 얌체형"이라고 성토했다. 한 의원은 "비례대표 P, N, A 의원이나 경북의 3선 I 의원, 대구 초선 K 의원이 농성장에 들어오면 ‘박 대표 오실 시간이구나’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고 혀를 찼다.
반면 이계진, 허천, 박세환, 심재엽 의원 등 ‘강원도 초선 4인방’은 의원 대다수가 꼽은 가장 모범적인 농성조.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의원들이 식사 약속 등을 핑계로 2, 3시간씩 사라지는 게 일쑤였는데 이 의원 등은 지역구 행사까지 취소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4인방의 자세를 평가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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