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2일 밤, 3,000여명의 경찰이 전국 유흥업소와 집창촌에 일제히 투입됐다. 23일 0시부터 시행되는 성매매특별법에 맞춰 단속에 나선 경찰은 이날 성매매 사범 138명을 검거했다. 수십년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수사 당국으로부터 ‘범죄 아닌 범죄’로 인식됐던 성매매가 ‘이름값’을 하기 시작한 건 이날부터였다.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를 목표로 한 특별법은 약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그 사회적 파장은 간단치 않았다. 당장 특별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전국 집창촌의 업주와 종업원이 생존권 보장을 내걸고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정부기관을 항의 방문했다. 자살을 기도하는 여종업원까지 나왔다. 성매매 여성 10여명은 성매매를 포기하면 생존 기반이 전무하다며 지난달 1일부터 지금까지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간 성매매를 술자리의 연장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던 남성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단속 과정에서 성매매 업소 고객명단이 수백명 단위로 잇따라 쏟아져 잠 못 이루는 남성들이 속출했고, 성매매 리스트 파문은 급기야 법조계로까지 번져 춘천 법조계가 홍역을 치러야 했다.
특별법은 유흥업소 주변 상권에도 타격을 줘 매물로 나온 업소들이 줄을 이었고, 숙박업 은행업 관광업 등 다른 업종으로까지 여파가 미쳤다.
법 시행 3개월이 된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집창촌은 개점휴업 상태지만 성매매 온상인 유흥업소들은 단속의 강도가 약해진 틈을 타 ‘2차의 유혹’을 되살리고 있다. 성매매를 위해 해외원정에 나서는 남성들이 생겨나고, 인터넷상이나 주택가 등지로 숨어든 수법에는 단속의 손길이 닿기도 쉽지 않다.
논란과 충격을 낳은 특별법이지만 가장 의미 있는 영향은 ‘성매매는 피해자가 있는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의 확산이다. 정부는 이런 측면에서 특별법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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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시행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맞물려 ‘왜 하필 지금이냐’는 논란을 불렀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특별법 시행 한달여 만인 10월 말 경제정책토론회 자리에서 "불확실성이 경기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에 만들어진 이상한 법도 불확실성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며칠 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이상한 법이 시행된 뒤 모텔산업과 지방경제가 다 무너졌다"며 "어느 사회이고 찌꺼기를 버릴 하수구가 필요한데, 이를 억지로 막으니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나 나라경제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법 취지를 떠나 경제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음을 우려하는 지적이었지만 여성계 등으로부터 "그렇다면 성매매로 국가 경제를 일으켜야 된다는 말인가"라는 반발을 사며 논란이 증폭됐다. 남성들의 반발도 이어져 헌법소원으로까지 비화했다. 지난달 한 스포츠마사지 업주는 "특별법이 남성의 기본적 욕구를 억압하고 성매매 종사자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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