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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인물] (6) 아테네 銀 여자핸드볼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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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인물] (6) 아테네 銀 여자핸드볼대표팀

입력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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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9일 헬리니코 인도어어리나에서 열린 제28회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 태극 여전사들은 자신들보다 한 뼘 정도 큰 세계 최강 덴마크 선수들에게 막히면 돌아갔고, 또다시 막히면 온몸을 코트에 내던져 골문을 가르면서 전세계에 찡한 감동을 줬다. 이들 15명의 한국 낭자들이 싸운 상대는 1,000개가 넘는 클럽팀을 보유한 세계 정상의 덴마크 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큰 적은 비인기 종목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한국 핸드볼의 안타까운 현실이었다.여자핸드볼대표팀은 결승에서 19번의 동점을 거듭하며 연장과 재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던지기까지 벌였으나 결국 덴마크에 분패했다. 선수가 부족해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임오경(33)과 오성옥(32·이상 히로시마 메이플레즈) 등 4명의 주부 선수까지 불러모아 6개월 동안 지옥훈련을 한 그들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120여분간의 숨막히는 경기를 마친 그들은 끝내 울음을 코트에서 터뜨렸다. 금메달을 못 딴 데 대한 아쉬움과 분함이 아니라 그간의 어려움과 역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감동의 인간 드라마를 연출, 아테네올림픽 최고의 명승부를 엮어냈다. 경기장에 운집한 세계 각국의 핸드볼팬들도 그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며 ‘진정한 승자’로 극찬했다. 일요일 오후 TV를 통해 이 경기를 지켜본 국민 역시 그들의 투혼에 감동돼 가슴이 뭉클해 눈물을 흘렸다.

네티즌들은 "은메달 한 개가 금메달 열개보다 소중할 수 있다"며 그들의 투혼을 높이 평가했고, 핸드볼을 사랑하고 아끼자는 바람이 일어 서포터스가 생겨났고 선수들의 팬카페에는 회원들이 급증했다.

인천의 중견건설업체인 효명건설은 국가 대표 감독과 선수들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생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신생팀 창단으로 주포 이상은과 라이트윙 명목희, 골키퍼 오영란 등 국가대표 주역과 임영철감독은 실업자의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8월의 명승부를 남긴 채 각 소속팀으로 돌아간 태극 낭자들은 올림픽이후 전국체전 등 2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결 뜨거워진 열기를 느꼈다. 아테네올림픽을 계기로 점화된 핸드볼에 대한 국민적 관심 때문인지 관중석을 다 채우고 일부는 서서 관람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16일 개막한 핸드볼큰잔치에서 구슬땀을 쏟아내고 있는 태극 낭자들은 또다시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거의 없어 올림픽 때만 반짝했던 비인기종목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반짝 드라마’로 그치는 것 같기 때문이다.

12년간 태극마크를 단 당시 여자핸드볼대표팀의 주장 이상은(29·효명건설)은 "아테네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선수들이 더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며 "핸드볼에 대한 사랑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이 선정하는 자황컵체육대상 최우수지도자상을 최근 받은 임영철(44) 감독은 "아테네 결승전에서 패인은 기술과 체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덴마크 국민의 열렬한 응원 때문이었다"며 "우리 국민들이 올림픽이 열리면 관심을 갖다가 끝나면 돌아서버리지 않는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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