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프리즘/‘연극 없는 달’ 선언의 절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화프리즘/‘연극 없는 달’ 선언의 절규

입력
2004.12.21 00:00
0 0

"반세기 신극 역사를 거쳐오면서 연극 배우들은 실업자 아닌 실업자로 전락해 어두운 터널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버려진 연극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내년 4월 한달간 무대에 오르지 않겠습니다."사단법인 연극배우협회(회장 허현호)가 18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주최한 ‘2004 연극배우 삶의 문화축제’. 연극배우와 시민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명칭은 축제였지만 사뭇 비장감이 감도는 자리였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생활인, 은행에서는 대출기피 대상이고 보증인 자격조차 될 수 없는 연극 배우들의 비참한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목숨과도 같은 무대를 한 달간 외면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충격적이다.

흔히 연극은 기초예술이고, 연극의 꽃은 배우라고 한다. 무대에서 활짝 피어난 ‘꽃’들이 영화와 TV드라마 등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그러나 국내 연극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대학로가 문화특구로 지정된 후, 역설적으로 ‘유흥특구’로 변질된 현실은 더 이상 ‘꽃’을 피우기 힘들도록 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극장임대료와 극단의 만성적인 적자에 배우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대학로를 점거하는 시위대의 고성능스피커도 연극 배우들의 어깨를 처지게 하고 있다. 한국영화 1편 관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흥분하고, 일본에 불어 닥친 욘사마 열풍에 환호할 때, 정작 기초예술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연극 없는 달’ 선언은 ‘꽃’들이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들게 하는 이런 현실에 대한 연극배우협회의 절규라 할 수 있다. "생존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토양을 만들어 달라"는 연극배우들의 외침을 언제까지 외면하고, 빈곤의 어둠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것을 연극 배우의 숙명으로만 보아야 할지를 다시한번 우리사회가 고민해야 할 때다.

라제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