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총통(銃筒)이 검찰청사 증거물과에 7년 가까이 보관돼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문화재 사기사건의 증거물로 제출된 이 총통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해 고려 총통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어 문제의 총통이 정식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서울중앙지검은 20일 1998년 사기사건의 증거물로 압수된 청동 총통을 현재 증거물과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길이 30.2cm, 지름 4.6cm인 청동 총통의 표면에는 명문(銘文)으로 보이는 19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중 ‘홍무 18년’(洪武十八年)은 명 태조 주원장의 연호로 고려 우왕 11년인 서기 1385년에 해당하고 ‘양광’(楊廣)은 경기도와 충청도 일원에 설치된 고려의 행정지명에 해당한다.
이를 근거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 총통이 고려 말기인 1385년 양광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총통 중 가장 오래된 국보급 문화재라고 추정했다.
이 총통은 중국도자기 판매상인 임모씨가 98년 4월 정모씨에게 2,00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정씨가 "고려시대 총통으로 속여 팔았다"며 임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하면서 처음 학계에 알려졌다.
검찰은 문화재청과 한국고미술협회의 감정의견을 근거로 임씨를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문화재청 등의 의견만으로는 총통이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감정의견을 낸 5명의 학자가 고려시대의 것일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무죄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검찰은 "사건이 종결되면 증거물을 제출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나, 총통의 소유권을 놓고 현재 임씨와 정씨, 그리고 원소유자임을 주장하는 김모씨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총통을 보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재 지정은 소유주의 신청이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총통의 최종 소유자가 결정된 뒤 공식 감정결과가 나오면 고려시대 최고 진품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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