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이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개인끼리 제품을 사고 파는 ‘오픈마켓’ 위주로 재편되면서 판매방식의 허점을 악용한 편법거래와 탈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관련기사 6면
탈세는 주로 업체들이 사업자 등록증 없는 개인회원으로 위장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인거래로 할 경우 일일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도 되고 거래규모를 은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 사이트를 포함, 국내 인터넷 오픈마켓의 연간 거래규모는 3조~4조원으로, 이런 방식을 통한 부가가치세나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의 탈세 규모만 최소한 수천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근 본사 취재진의 조사 결과 인터넷 쇼핑몰의 오픈마켓에서 활동 중인 100만여 개인판매회원들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전문 제조업체나 대형 도매상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개인 명의의 ID를 통해 자사 상품들을 부가가치세 한 푼 내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업체 중에는 여러 오픈마켓에 많게는 30~40개의 개인ID를 개설, 마치 수십명 개인이 각기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위장해 매출을 분산시킴으로써 법인세나 종합소득세를 탈루하는 경우도 흔하다. 상당수는 오픈마켓의 회원 가입 및 탈퇴가 자유로운 점을 이용, 개인ID를 수시로 바꿔가며 추적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마켓의 대표적 형태인 경매 사이트도 초기엔 개인끼리 가격을 흥정하며 중고품 등을 거래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엔 전문 상인들이 ‘고정가’로 물건을 파는 채널로 완전히 바뀐 상태. 이들 사이트의 상품을 클릭하면 ‘총판매 수량, 시작가, 현재가, 입찰자수, 남은 시간’ 등의 안내가 떠 경매가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눈속임일 뿐, 사실은 일반 쇼핑몰처럼 고정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정식으로 ‘오픈마켓’ 팻말을 붙인 코너에서도 특정 브랜드 제품들이 10~20% 인하가격에 개인ID로 나와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역시 대부분 전문업체들이 개인으로 위장, 편법 장사를 하고 있는 것. 물론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정식으로 세금을 내는 개인회원들도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경우는 전체 오픈마켓 판매회원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의류도매상 A씨는 "개인판매회원 대부분이 업체들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세금을 한 푼도 안낼 수 있는데 누군들 활용하려 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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