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외동포문학편찬사업 추진위원회와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문예동) 문학부원들의 첫 만남이 11일 도쿄 와세다대에서 있었다. 재일본 조선인의 조선어 문학작품 수집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 역사적인 현장이 있기까지는 와세다대 조선문화연구회의 중재 역할이 컸다.문예동 김정수 위원장은 "민족 주체성의 고양과 유지를 위해 문학예술의 사명은 중요하며, 이를 위해 북남 사이의 만남은 증대돼야 하는데 이제야 첫 발을 내디뎠다"고 뜨겁게 맞았다. "이 만남은 동아시아 역사상 첫 사건으로 많은 어려움을 넘어 이룩된 성과"(오무라 마스오 교수)라는 평가와 함께, "만남도 중요하지만 학술적인 연구를 위한 자리"(호테이 도시히로 교수)임도 강조됐다. 왜 남북 문학인이 남의 땅에서 이렇게 옹색하게 만나야 하는가하는 자괴감에다, 과연 심포지엄이 별 무리 없이 잘 끝날 것인가 하는 노파심도 있었으나 양측은 ‘만남의 우의’를 다지며 민족적 감성을 토대 삼아 학술적 토론을 슬기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만찬은 조촐하고도 정겨웠다. 정화수 전 문예동 위원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자리는 상상도 할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 몰래 만나곤 했다"면서 "임 선생, 이젠 귀국해도 별 일 없지요"라고 염려해주었다. 그랬다. 정 전위원장이나 재일동포 최고의 평론가 김학렬 박사와는 이미 구면이다. 일본여행으로 첫 징역을 살게 되어 일생을 그르쳐버린 처지인지라 그곳엘 갈 때면 통일원 승인을 얻어 몇몇 문학인들을 만나곤 했는데 그걸 지목한 말이다.
"우리들 작품이 형상성에서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으나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정화흠 문예동 고문) "우리 글은 교포 1세에게도 어려운데 2세에게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정화수)는 등의 민족어 옹호론이 대화의 주조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선인 정신 유지를 위해 말과 문화를 사명감으로 지켰다"(박종상 전 조선대 교수)이라거나, "열 살 때 밀입국해 지금까지 문학으로 주체적 자아를 지킬 수 있었다"(김윤호 전 조선대 문학부장)는 술회는 가슴 뭉클했다.
조선문예사 서상각 사장, 조선신보 강태성 편성교정부장, 전 조선연극단 려운산 단원, 윤현주·손지원 조선대 교수, 김두권 시인, 김아필 아동문학가, 그리고 강경애 연구의 대가인 오향숙 조선대 교수 등등 많은 참여자들이 한 마디라도 더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다들 남녘 문학에 일가견을 가진 터라 몇몇 지인들의 안부를 묻고 연구자료와 정보를 교환하기에 분주했다.
민단측 참석자인 김윤 시인은 "일본에서는 아직도 민단-조총련 문학인 모임이 없는 처지인데 앞으로는 서로 터놓고 연구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역시 민단측 이승숙 시인도 "힘 합쳐 경계를 허물고 함께 문학운동을 할 계제"라고 했다. 심원섭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 논문도 써오던 터였는데 직접 만나게 돼 기쁘다"고 했고, 시인 김응교 와세다대 강사는 "서울 중심의 문학 풍토를 이제는 동아시아와 세계적 시각으로 돌려 민족문학의 지평을 확대해야 될 시기"라며 특히 재일 동포문학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한나절과 밤의 절반을 보낸 뒤에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임헌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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