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사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실무진에게 삼성물산 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영국계 헤르메스펀드에 대해 정식 조사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윤 위원장은 "(문제가 생기면)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라고 외국계 투기펀드 척결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윤 위원장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금융감독 당국은 어쩌면 승산이 없을 수도 있는 헤르메스펀드에 대한 불공정 행위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2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취임 4개월여가 지난 윤 위원장이 ‘금융주권(主權)’ 수호자로서의 색깔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외국자본 배척의 의미가 아니라 갈수록 확대되는 내·외국인 간 역(逆)차별을 해소하는 차원의 주권 수호를 위해 총대를 매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 이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5년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직을 맡아온 경력으로 볼 때, 외국자본에 상당히 호의적이지 않겠느냐던 일각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취임 이후 치밀한 계산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 감독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외국?이사 수 및 거주지 제한 규정 신설 검토 ▦외국인의 과도한 자본 회수를 막기 위한 유상 감자 및 고배당 개선책 검토 ▦금융실명제 배제조항 마련 등 금융 당국 간 외국인 조사 공조 추진 ▦헤르메스펀드 불공정 거래 의혹 정식 조사 등 차근차근 규제의 틀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금감위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내국인에 대한 금융 감독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크게 바뀌었지만, 외국자본에 대한 감독은 단 한 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외국인들의 무법적인 거래행태에 대해서는 내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예외 없이 법과 원칙의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해외 여론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등 역풍이 만만치 않다. 실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위원장이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이사 수 및 거주지 제한 필요성을 제기하자, 이를 즉각 민족주의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 국민들의 ‘반(反) 외국인 정서’를 부추기는 것이 실익이 있겠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은 "굳이 요란한 소리를 내가면서 실익도 없이 외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며 "결과적으로 선진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