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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이념갈등이 아니라 ‘성분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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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이념갈등이 아니라 ‘성분갈등’이다

입력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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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 이념 갈등이 심해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를 봐도 어느 정도 사실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갈등들을 모두 이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특히 이념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386세대라고 불리는 한 무리가 정치를 휘두르고 대통령은 분홍색을 띄면서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는 것이 보수적인 사람들의 걱정이다. 심지어 정당과 언론을 포함한 반대 정파들은 현정부가 좌파라고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공격은 좌파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달리 마땅한 말이 없어 내뱉는 저주일 뿐이다.

좌파란 국가가 산업-금융을 국유화하거나 노동권을 강화하고 부유층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려는 정치 노선이다. 이런 보편적인 기준으로 보면 현 정부는 좌파라기보다는 오히려 우파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좌파는 제도권에서는 민주노동당 정도이고, 비제도권에 진짜 좌파들이 있으나 정치세력으로서는 무시할 정도다. 한국의 경우는 특이해서 북한에 대한 태도가 좌우파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만약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지지하고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태도를 좌파라고 한다면, 국민의 절반은 좌파가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가지고 국회의원들이 직무유기를 하면서 대립하지만 실제로 여야의 대북 정책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니 국민들이 더 한심해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념 갈등이 심해졌다고는 하나, 그 이념의 격차는 실제로 대단한 것이 못 된다. 대부분 정파들이 조장하는 기 싸움일 뿐이고, 자기들도 그게 부끄러우니까 마치 이념과 정책의 갈등인양 포장할 따름이다. 이들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이념이라기보다는 출신 성분, 정서, 취향, 기질, 행동 양식, 그리고 이른바 코드의 차이다. 필자는 이를 한 낱말로 ’성분’이라 표현한다.

정당에서건, 언론에서건 보수인사들은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력이 설치는 것을 심정적으로 견딜 수 없다. 한국 정치의 모든 쟁점은 충분히 타협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것이 안 되는 까닭은 서로가 상대방이 체질적으로 싫기 때문이다. 이들이 성분 차이를 극복하고 대화의 상대로 마주 앉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명 한림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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