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로 구속돼 3개월간 복역하다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40대가 옥살이에 대한 충격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19일 오전 5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 P모텔 6층 객실에서 이모(40)씨가 비상탈출 완강기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 김모(36)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억울하게 구속되고 생계까지 모두 파괴됐다. 죽음으로 억울함을 풀 수밖에 없다’며 유서 2통을 남겼다.
선배 김모(44)씨와 함께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던 이씨는 5월17일 전남 보성군의 한 다방에 소개한 여종업원 정모(25)씨와 정씨의 8개월 된 딸을 자신의 아파트에 감금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정씨는 "이씨가 내 딸을 허락없이 놀이방에서 데리고 간 뒤 아이를 찾으러 간 나를 감금, 빌리지도 않은 돈 1,500만원에 대한 차용증 작성을 강요했다"며 이씨를 고소한 것.
이씨는 이에 대해 "정씨의 부탁을 받고 정씨의 딸을 집으로 데려다 놓았을 뿐, 차용증 작성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함께 정씨의 딸을 데리러 간 선배 김씨와 집에 있던 부인도 공범으로 몰렸다.
그러나 정씨가 이씨에게 감금돼 있었다고 주장한 오후 9시20분께 시내 5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휴대폰 위치추적 결과 밝혀졌다. 재판부는 "정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며 지난달 11일 무죄를 확정했다.
이씨는 석방된 이후 직원들이 잔뜩 빚을 지워 놓은 직업소개소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유서에서 "당신(아내)을 신용불량으로 만들고…"라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