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아파트의 ‘원조’ 격으로 개발시대의 상징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운아파트 철거를 놓고 서울시와 주민들의 법정 싸움이 6년째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인왕산자연공원 조성을 위해 철거를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재건축을 요구하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해왔다. 지난달 대법원이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패소 판결을 확정하자,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중 아파트를 강제 철거할 방침이지만 주민들은 생존권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11개동 577세대(11평형)의 청운아파트는 1969년 판자촌을 철거하고 지어졌다. 진입로와 부지 조성 등은 서울시가 맡고 입주민들은 내부공사비를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남아서 법정 싸움을 하고 있는 26세대(주민들은 40세대라고 주장) 주민들은 "보상금 2,000여만원으로는 방 한 칸 얻을 수 없고, 입주권을 받은 아파트도 분양가가 2억~3억원에 이르러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재건축할 수 있게 하든지 주변 땅을 불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보다 위쪽에 있는 자연녹지까지도 주거지로 전환시켜 집을 짓게 하면서 그 아래 있는 아파트를 공원녹지로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안전진단 결과 재난위험지역에 해당하는 D급 판정을 받아 합법적으로 철거를 추진중"이라며 "90% 이상의 주민들이 시가 제시하는 조건을 수용한 마당에 공원용지로 돼있는 곳을 사유지로 불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공원으로 용도 변경을 결정한 서울시에 대해 주민들이 제기한 무효확인소송에서 11월 대법원이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함으로써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태다. 법원은 "서울시의 결정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가옥주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에 어긋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법원 재심을 신청하거나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낼 예정이다. 주민들은 앞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패소한 후 항소했고, 시는 소유권 등기 이전을 위한 명도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패소하면 재산상 손해가 크다며 합의를 설득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입주자 대표 서무형(50)씨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가능한 모든 법적 투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합법적 절차에 따른 철거를 거부할 경우 입주권 혜택 등도 취소될 수 있는만큼 주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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