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궉채이초등학교 3학년 때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휩쓸던 전이경 선수에 반해 인라인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안양 귀인중 2학년이던 2001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금메달을 땄다. 깜찍한 얼굴과 늘씬한 외모(168㎝, 50㎏)를 가진 그는 기아자동차 광고에도 출연하고 있다.
●박성일
광명중ㆍ고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1984년부터 6년간 경기도 대표를 지냈다. 2001년부터 국가대표 여자팀 코치를 맡고 있으며 2004~05 시즌에는 기아베르두치팀 코치도 겸하고 있다. 귀인중과 동안고 선수도 함께 지도하는 등 롤러스케이팅계의 ‘왕사부’로 통한다.
"제가 어려서는 성격이 심하게(?) 활발했는데 지금은 ‘사람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코치 선생님에게 롤러 기술도 배우지만 예절이라든가 사람됨을 더 먼저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지난 9월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주니어부 2관왕에 오르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인라인 스케이트 요정’ 궉채이(17·안양 동안고2·기아 베르두치월드)는 17일 경기 안양의 평촌중앙공원 연습장에서 자신을 5년째 지도하고 있는 박성일(37) 코치에 대해 예상 밖의 말을 꺼냈다.
두 사람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양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박 코치는 1999년 여름 한 롤러 대회에 참가했다가 "쓸만한 재목이 하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처음 봤을 때 동료 선수들에 비해 키가 크고 뼈가 굵직해 한 눈에 들어 왔어요. 당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가르치면 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서로 사는 지역이 다른 것이 큰 문제였다.
"그래서 채이의 집까지 찾아갔습니다. 제가 열심히 지도하겠으니 안양으로 보내달라고 설득했지요. 처음 망설이던 채이의 부모님도 다행히 승락하셨지요." 옆에서 듣고 있던 궉채이도 한마디 거든다. "코치님 팀이 잘 하는 팀이어서 저도 기대가 컸어요. 같이 운동하는 친구집에서 숙식하며 훈련하니 불편한 것도 없었구요."
궉채이와 박 코치는 새벽의 요가부터 오후의 산악훈련과 스케이팅까지 꽉 짜여진 하루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떨어져 있을 때도 수시로 휴대폰으로 대화를 나눈다. 궉채이가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다.
"지금 제가 잘 먹는 음식이 뭔지 아세요? 청국장, 뼈다귀해장국, 삼겹살, 감자탕이 제가 좋아하는 메뉴예요." 한창 나이의 여고생이나 ‘요정’ 이미지와는 전혀 예상 밖이다. "제 입맛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됐지요." 웃으며 답하는 박 코치의 한마디에 궉채이도 거든다. "식성이 변했다기 보다 제 입맛을 찾은 것입니다. 원래 피자나 햄버거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젠 외국에 나가서도 한식이 없으면 힘을 못쓸 지경이니깐요."
"코치님이 무섭냐구요? 첫인상은 하나도 안 무섭고 자상할 것 같죠. 사실 그래요. 아버지처럼 잘 챙겨주세요. 하지만 원리원칙에 어긋난다 싶으면 한없이 무서워지세요." "저는 거짓말을 하면 못 참아요. 발각되면 단체로 벌을 주지요." 내년부터 성인 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 궉채이의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이다. 박 코치는 "채이가 어린 나이에도 정신력이 강하다"고 말한다.
"집사람이 아플 때는 감기약 한 봉지 사다 주고 말아요. 그런데 채이가 아프다면 한 밤중에도 응급실까지 달려 갑니다. 이빨이 아프다고 해서 응급실까지 간 적도 있으니까요. 집사람이 그래서 섭섭해 하죠." 박코치는 성장기의 궉채이에겐 정신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목표의식을 심어 주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다. 훈련을 마친 박코치는 이 한 마디로 하루를 마감했다. "오늘은 청국장 먹으러 갈까!".
안양=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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