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구모(45)씨. 두 번의 토요일 휴무와 공휴일을 제외하면 한 달에 20~24일 정도 안양역~서울시청역 구간을 지하철로 오가고 있다. 서울시와 철도청 등이 수도권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 정기권 도입에 합의(본보 17일자 10면)했다는 소식을 들은 구씨는 서둘러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과연 구씨는 정기권을 구입하면 한 달에 교통비를 얼마 정도 아낄 수 있을까. 정기권이 기존의 교통카드보다 실속이 있을까.◆ 장거리이용객은 OK 환승 이용객은 NO
수도권 통합정기권을 구입하기에 앞서 우선 자신이 정말로 정기권 사용에 알맞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정기권이 기존의 티켓 형태에서 티머니카드와 유사한 카드형으로 바뀌지만 환승할인 혜택이 없기 때문에 지하철+버스, 마을버스+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은 이용객은 굳이 정기권을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지하철정기권으로 최고 40%까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무료환승이라는 ‘당근’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구씨의 경우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하면 안양역~서울시청역(23.5㎞)은 1,000원을 내야 했다. 한달 44회 전철을 이용하면 모두 4만4,000원을 부담했던 것. 하지만 구씨는 24㎞까지 적용되는 3만5,200원짜리 정기권을 쓸 수 있게 돼 매달 8,800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20%의 할인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정기권 횟수제한은 60번이지만 평균적으로 승객들이 한달 44회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돼 대략 15%정도 정기권 사용으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게 요금조정을 했다" 며 "서울시와 매우 근접해 있지만 대중교통개편 혜택을 받지 못했던 안양 평촌 등 시청기준 24㎞ 거리 이용승객의 경우 체감하는 혜택폭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구씨와는 반대로 평상시 이동거리가 12㎞ 이내인 승객은 통합정기권 구입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비록 한달 최대 60번 정기권을 이용할 수 있지만 사무직 직장인, 학생의 경우 이 정도 사용량을 채우기가 힘들기 때문에 44회 기준으로 교통카드와 요금차이가 전혀 없는 단거리 승객들은 사실상 정기권이 의미가 없다. 정기권을 사더라도 버스를 탈 경우 환승 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교통비가 더 들게 된다.
예를 들어 공덕역에서 광화문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출퇴근하는 경우 현행 교통카드라면 지하철요금 800원만 내고 버스는 무료환승혜택을 받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기권을 구입해 같은 구간을 가면 정기권이 환승 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 800원과 버스요금 800원을 내 결국 1,600원을 부담해야 하므로 정기권 이용자가 더 불리하다.
◆ 교통카드중심 개편에는 역행
7월 대중교통개편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안점은 교통카드 한 장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손쉽게 이용하자는 것과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원거리승객의 요금인상폭을 크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지하철정기권제도 시행으로 카드 중심의 대중교통 이용은 어렵게 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단거리 승객들의 요금인하 혜택은 부족해 불만이라는 의견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메우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결국 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정기권만이 요금불만을 잠재우고 편리한 환승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좀더 완성된 형태의 정기권제도를 주문했다.
네티즌 As1989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구간의 거리를 참조해 그에 맞게 정기권을 구입하라는데 시민들이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내용이다" 라며 "단거리 이용 승객보다는 수도권지역 시민들만을 위한 제도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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