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3시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건물 바깥에 설치한 모니터를 보고 지나가던 이들이 발길을 멈춘다. 건물 지하 1층 전시장에도 경매에 나온 작품들을 둘러보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서울옥션이 미술품 경매의 대중화를 기치로 18일에 이어 마련한 ‘열린 경매’ 현장. 이호재 ㈜서울옥션 대표의 경복고 선배란 이유로 처음 경매사 역할을 떠맡았다는 MC 임성훈(54)씨가 시작을 알리자, 뒷자리에 서 있던 구경꾼 몇몇은 카메라폰을 꺼내 촬영했다. 공개 응찰자도 전날 20여명에서 50여명으로 늘었고, 평범해보이는 중년들, 휴일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인사동으로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미니스커트 차림의 발랄한 대학생 등 인파가 몰리며 현장은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해태 모양의 조선시대 청화백자 연적인데요, 80만원에서 시작합니다. 매우 덥군요." 네번째 경매 물품이 나오고 임씨가 양복 윗도리를 벗었다. "5만원씩 올리겠습니다. 자, 80만원." 두 명이 응찰 팻말을 들어올리며 경매가 시작됐다. 85만원, 90만원…. 125만원에서 한 명이 포기하면서 낙찰됐다. 추정가 200만~300만원 한다는 ‘청화백자목단문주병’은 120만원에서 출발해 18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판화가 황규백의 ‘우산’(시작가 40만원)과 김상구 화백의 판화 ‘바이올린’(시작가 25만원)은 각각 45만원과 25만원에 싱겁게 팔렸다. 그러나 판화가 고 오윤의 ‘바람부는 곳’은 응찰자 3명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50만원에서 출발해 순식간에 16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서울옥션의 경매에 참여하려면 회비(연 10만원)를 내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하지만,‘열린 경매’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열린 미술품 장터. 회화 판화 같은 미술작품과 도자기 이외에도 와인 시계 골동품 아트상품 등 108점이 나와 50%가 낙찰됐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미술품은 찾아볼 수 없고, 시작가가 수 십만원인 작품들이 대부분. 이종상 화백의 작품이 최고 시작가인 800만원이었으나 유찰됐고, 청화백자산수문병이 가장 높은 가격 700만원에 팔렸다.
초보자가 상당수였지만, 미술품 콜렉터나 미술상 등 기존 경매 참여자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초보자가 실제로 응찰에 나선 경우는 드물었다. ㈜서울옥션 경매기획팀의 구화미씨는 "불황에다 10월과 이번 두 차례 행사만으로는 미술품 구매경험이 전혀 없는 계층까지 저변을 확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은 작품부터 신중하게 응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호재 대표는 "미술품 시장의 대중화와 투명화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1,000만원 미만의 저가 미술품으로 ‘열린 경매’를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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