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안양에서 7평짜리 테마상가를 분양 받아 임대한 모 기업 부장 김상욱(43)씨는 임차인과의 1년 계약이 끝난 5월부터 6개월이 넘도록 들어 올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상가를 놀리기가 아까워 직접 장사라도 할까 싶었지만 직장에 얽매여 있는 데다 불황에 마땅한 업종을 찾기도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꼬박꼬박 관리비만 내고 있다. 퇴직 후 경기 광명에서 상가 하나를 분양 받은 장인수(40)씨는 최근 계약해지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상가 중 절반 이상이 빈 채로 있어 개점 후 상가가 활성화하지 못하면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의 먹구름이 주택시장에 이어 상가와 오피스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까지 드리워지면서 부동산 시장침체의 골이 깊어 가고 있다.◆ 상가 점포 = 19일 업계에 따르면 상가시장의 분양률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떨어지고 새 상가의 점포 10개 당 3~4곳은 빌 정도로 공실률이 높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테마상가의 경우 초기(분양 첫 6개월간) 분양률이 70~80%선을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서울 동대문과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공급된 테마상가의 분양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상가 분양업체 관계자는 "점포 10개 당 3~4개는 비어있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분양률도 30~40% 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상가 주인이 후속 임차인을 찾지 못한 빈 점포도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가의 공실률 증가는 공급과잉 때문이지만 기존 상가의 빈 점포는 불황 탓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사무실 = 잘 나가던 오피스 임대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강남 테헤란로변 오피스 건물주인 선모(65)씨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짭짤한 임대료 수입을 올렸지만 1년 새 입주업체 가운데 30%가 빠져나가 수입이 크게 줄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반기에만 입주업체 3곳이 부도가 나 임대료까지 떼일 판"이라고 말했다. 불황으로 폐업이 늘어난 데다 기업간 인수합병(M&A)과 업체들의 몸집 줄이기가 계속되면서 빈 사무실이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자산관리업체 저스트알에 따르면 지난해 초 2.3%이던 오피스 공실률이 꾸준히 올라 올 4·4분기 5.0%까지 치솟았다. 공실률이 늘면서 임대료도 하락세다. 서울지역 10층 이상 연면적 2,000평 이상 오피스 빌딩의 4·4분기 오피스 건물 평당 월세는 4만5,000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2% 하락했다.
◆ 주택시장 = 주택 거래가 전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새 아파트의 입주율도 큰 폭으로 줄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전국에서 건설업체가 정한 입주시기 3개월을 넘긴 아파트 가운데 60% 가량은 비어있다.
11월에 입주를 시작한 강서구 화곡동의 H아파트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도 "20%는 빈 집"이라며 "미분양이 없는 단지라고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입주율이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분양시장과 거래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와 비슷한 입주물량이 쏟아질 경우 내년에도 빈 집은 늘고 집값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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