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그마 폴케 展 아라리오갤러리독일 작가 시그마 폴케(63)는 생존화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로 꼽힌다. 해마다 ‘세계 최고의 생존 미술가 100인’을 선정해온 독일 경제지 카피탈이 최근 발표한 명단에서 폴케는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뒤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폴케가 1위였다.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가 17일부터 마련한 ‘시그마 폴케’전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개인전.‘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회화만이 존재할 뿐이다’고 말한 폴케는 이념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며 회화의 개념과 재료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002년 미국 댈러스미술관 전시를 위해 제작한 가로 세로 5mx3m의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잡이’가 시선을 붙잡는다. 아라리오갤러리가 2년 전 구입한 작품인데, 폴케가 그 안목을 높이 삼으로써 이번 개인전에 응했다고 하는 대표작이다. 패브릭 위에 레진을 부어 만든 판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작품을 받치고 있는 나무 틀까지 비칠 정도로 투명한 3차원의 환상을 만들어내면서, 텍사스의 신문에 실린 실내 사격연습장 이미지를 차용해 미국 총기문화에 비판을 가했다. 바로 옆에는 서로 다른 프린트의 패브릭을 3단으로 짜깁기하고 ‘노인과 바다’의 문호 헤밍웨이의 모습을 구석에 그려넣은 매우 실험적인 최근작이 전시된다.
전시에는 모두 24점이 소개되는데 폴케가 직접 작품을 골랐다. 레진을 부어 만든 판이나 질감이 다른 패브릭을 짜깁기한 것으로 캔버스를 대신하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형상이 변하는 질산은 혹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변화하는 페인팅 재료를 사용하는 등 폴케가 시도해온 회화적 실험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3월31일까지. (041)551-5100
◆ 로버트 인디애나 展 갤러리현대
‘LOVE(사랑)’를 구성하는 알파벳 네 글자를 쌓아놓은 알루미늄조각은 팝아트의 고전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나머지 젊은 작가들이 종종 패러디하곤 한다. ‘LOVE’의 작가이자, 생존하는 팝아티스트 중 가장 대표적인 로버트 인디애나(76)의 전시가 15일 갤러리현대에서 시작했다.
대조적인 빨강과 파랑이 어우러진 ‘LOVE’시리즈는 대중적으로도 매우 친숙하다. 1965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의 크리스마스카드 디자인으로 제작, 이듬해 알루미늄 조각으로 옮겼다. ‘LO’를 ‘VE’ 위에 올리면서 ‘O’의 각도를 약간 돌려놓음으로써 경쾌한 생동감을 얻어냈다.
‘LOVE’ 시리즈에 대해 인디애나는 "아버지에게 바친 작품"이라고 밝혔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근무하던 회사 간판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고 한다. ‘LOVE’가 묵직함 부피감을 갖고 있는 반면, ‘ART(아트)’시리즈는 날렵한 선이 특징적이다. 지난해 뉴욕 파크애브뉴에서 전시된 숫자시리즈도 나오는데, 탄생을 의미하는 ‘1’부터 죽음을 뜻하는 ‘0’까지 숫자들은 인생의 단계를 비유한다. 내년 1월16일까지. (02)738-2006
◆ 제니 홀처 展 국제갤러리
남성이 주도해온 회화의 역사가 주로 캔버스 위에서 펼쳐졌다는 점에서 캔버스를 벗어난 미국 여성작가 제니 홀처(54)의 작업은 여성주의를 선도한다고 읽혀져 왔다. 홀처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나, 1970년대 후반 길거리에 경구를 인쇄한 종이를 붙이는 포스터작업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LED나 프로젝션 기술을 이용하는 매체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내년 1월23일까지 열리는 ‘제니 홀처’ 전은 LED작업 3점을 선보인다. 짙은 어둠 속에서 주황색, 푸른색, 붉은색의 글자들로 이뤄진 텍스트가 LED 전광판을 흘러가는데, 때로는 공격적으로 빨라지거나 폭발할 것처럼 한꺼번에 쏟아져버리는 글자의 흐름에 아찔해지기도 한다. 에이즈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립 코너(Rib Corner)’와 세로로 길쭉한 푸른색 LED판 6개를 비스듬히 세운 ‘블루 틸트(Blue Tilt)’, 자그마한 91개의 LED사인으로 작가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나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삶을 비유했다"는 ‘미니매트릭스’가 설치됐다. (02)735-8449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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