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 울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갔을 텐데…." 성탄절을 1주일 앞둔 18일 영양실조 등으로 영세민 자녀 네살배기 남자 아이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대구 동구 불로동 김모(38)씨 집 장롱 속에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이날 오전 11시40분. 인근 성당 사회복지위원장 구모(53)씨는 "김씨가 17일 성당에 찾아와 ‘먹을 것이 없으니 도와달라’고 해 이날 김씨 집을 방문, 쌀과 김치를 전했다"면서 "평소 알던 아이를 찾아보다 너무나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을 듣고 장롱 속에서 아이를 찾았지만 마치 잠을 자듯 숨져 있었다. 놀란 구씨는 안방에서 두 살 난 딸아이가 아무것도 먹지 못해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는 것도 발견하고 급히 병원으로 옮기고 경찰에 연락했다.
숨진 아이는 태어날 당시 미숙아였지만 재활치료는커녕 제대로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에다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하루 벌어 먹기도 힘든 생활로 아이에게 우유 한 번 제대로 먹이지를 못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8년전 결혼한 부부는 그동안 김씨가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며 3남매를 키웠다. 작년만 해도 한 달에 150만원가량을 벌었지만 올해 들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아 굶는 날이 많았다. 매일 새벽 인력시장을 찾았지만 허탕만 쳤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아이는 전날 밤부터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으나 김씨 부부는 새벽부터 일거리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들은 아이가 잠든 줄 알고 장롱에 넣어 두었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이들 부부의 경우 아버지는 사실상 노동력을 상실했고, 어머니는 정신지체 장애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대상자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 아기를 장롱에 넣어둔 만큼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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