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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감기와 함께 디불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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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감기와 함께 디불디불

입력
2004.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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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감기가 걸렸다. 예전보다 감기가 더 독해진 것도 있지만, 가만히 보니 아이 스스로 빨리 나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엄마가 주는 약을 먹고, 밖에 나가지 않고, 자리에 눕고, 그것이 전부다.하긴 빨리 나을 의지를 보이면 무얼 하나. 감기 걸리니까 심하게 아픈 날은 엄마가 하루 결석도 허용하고, 지겨운 학원에 안 가도 되고, 영양보충 삼아 맛있는 간식도 먹고, 집에서 컴퓨터로 게임하며 디불디불 노는 재미가 어딘데.

예전 우리 어릴 땐 감기가 걸리면 하루라도 빨리 나으려고 스스로 애를 썼던 것 같다. 다른 형제들과 동네 아이들 모두 얼음판에 가서 놀고, 뒷동산에 올라가 저 멀리 바다를 향해 연을 날리는데 자기만 꼼짝없이 어머니의 감시 아래 감옥살이 같은 구들살이를 하는 것이다. 빨리 나을 의지를 안 보이려야 안 보일 수가 없다. 어른 눈에 다 낫지 않았는데도 자기는 다 나았다고 아직 목이 잠긴 목소리로 박박 우기기도 한다.

조카아이는 감기가 다 낫자마자 애써 나은 보람도 없이 그동안 빠진 학원부터 갔다. 감기 걸렸어도 컴퓨터와 디불디불 놀 때가 오히려 살맛이 났는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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