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기용은 홍 회장의 유엔 사무총장 도전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중앙일보측 인사가 전하는 인사 뒷얘기는 대충 이렇다. 홍 회장은 두 세달 전 2006년 하반기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하려는데 정부의 협조를 부탁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승주 주미대사가 미 국방장관 주최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부인의 출판기념행사에 참석,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 때 노무현 대통령은 "사무총장에 출마하려면 좋은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홍 회장이 주미대사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정동영 통일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쪽도 미국 조야에 발이 넓은 홍 회장 카드를 적극 밀었고 홍 회장도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나 주미대사직을 맡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홍 회장이 주미대사를 잘 수행하면 유엔 사무총장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볼 때, 이 전언은 사실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미대사 기용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중앙일보측 설명은 전모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관측통들은 노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외연’을 확장한데 주목하고 있다. 대북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면서 합리적 보수를 표방해 온 홍 회장을 끌어들일 경우의 정치적 득실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또 홍 회장에 대해 갖고 있는 노대통령의 호감,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 지명자와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등과 두루 친하고,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는 홍 회장의 대북 정책 노선 등도 이번 인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홍 회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호감은 지난 2월 홍 회장과 노 대통령의 취임 1주년 특별 대담에서 싹튼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홍 회장은 "친미와 친북은 대립개념이 아니며, 친북이 친미일 수도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혀 노 대통령의 공감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홍 회장은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해 가을 이후 조선, 동아일보와 달리 참여정부에 대해 중립적인 논조를 견지해온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도 기용의 또 다른 배경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홍 회장 개인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 ‘유엔 사무총장 출마론’만으로 이번 기용을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점도 있다. 차기 총장 선거는 2년 후에나 있고, 국제사회의 복잡다기한 힘겨루기 속에서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총장 출마론은 매우 허술한 가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홍 회장이 국내 정치에서 ‘대망’을 키우기 위해 주미대사직을 징검다리로 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사실 홍 회장이 1997년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 후보를 지원한 것도 정치적인 대망론 때문이었다는 게 정가의 정설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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