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악기, 찢어진 악보, 시골중학교 관악부원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 그걸 저버리지 못하는 임시교사 현우(최민식 역)...’ 지난 가을 상영된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다. 전남 화순중학교 관악부는 이 감동적인 얘기를 고스란히 빼닮았다.16일 오후 화순중 잉리아 콘서트홀에서는 말쑥한 도시적 분위기의 서광렬(38·사진 맨왼쪽) 강사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남녀학생 50여명을 지휘해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뽑아냈다.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을 볼 때마다 최고의 학교 관악부로 키워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서씨 부임 이듬해인 2000년 봄에 창단된 화순중 관악부는 각종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전남대 음대 출신인 서씨는 오스트리아 시립음악원에서도 7년이나 공부했다. "유학까지 다녀온 ‘정통 음악인’이라는 이유로 처음엔 주위에서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늘 안타까운 것은 초라한 여건이다. "대회장에서 우리 학생들의 값싼 악기와 대도시 학생들의 고급 악기의 소리 차이를 느끼면 맥이 풀리지요.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이 지난해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열정도 남다르다. 플루트 연주자 남송은(3년·16)양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지난해초 광주체육중으로 전학갔다가 끝내 관악부를 잊지 못해 다시 돌아온 경우다. 서씨는 "부모의 경제사정 때문에 아이들이 꿈을 접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가능한한 아이들이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바탕을 길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화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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