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구르는 자전거와 같아 성장 정책을 쓰지 않으면 1만 달러 소득을 유지할 수 없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불공평한 소득 분배의 희생자인 빈곤계층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의 대표적 원로 경제학자인 남덕우 전총리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경제사회의 제3의 길,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토론회에 참석, 한국경제의 진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성장론의 대표적 인물로 개발연대를 이끌었던 ‘서강학파’의 대부인 남 전총리는 "성장이 없으면 분배를 개선할 수 없다"며 "성장을 통해 실업자를 줄이는 것이 분배개선의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남 전총리는 ‘한국경제의 기본과제와 경기대책’이란 주제발표에서 "경제를 버티고 있는 수출마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5대 품목에 75%가 집중돼 내수 유발 효과가 적다"며 "새 성장엔진을 준비할 때"라고 지적했다.
남 전총리는 경제 침체 극복에 가장 중요한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원인으로 정치적 혼돈, 강성노조, 사회적 혼란, 고임금, 반기업 정서로 인한 기업환경의 악화를 들었다. 그는 또 "규제건수가 2000년 2,806건에서 2003년 3,375건으로 늘어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경제자유도가 가장 낮은 나라"라며 "정부가 시장의 자율기능에 제동을 걸지 말라"고 충고했다.
남 전총리는 ‘한국형 뉴딜정책’에 대해 "정부의 과감한 투자확대가 필요한 시기"라고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분배를 중시하는 ‘학현학파’의 대부인 변 명예교수는 "세계화, 디지털 시대 등에 접어들며 소득분배가 나빠지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최대 희생자인 빈곤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변 명예교수는 "시장경제에도 시장의 실패, 소득 불균형 등의 결함이 있다"며 "이런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지, 시장이 만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경제가 효율과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로서 매력 있지만 이제는 분배를 고려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안전망 확립과 관련, "분배 형평성 개선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4%대 성장도 결코 저 성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분배를 강조한다고 성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변 명예교수는 "성장은 국민총생산(GNP)이 얼마나 늘었는가 하는 것으로 허구적 개념"이라며 "1만원의 소득을 가진 사람과 100원의 소득을 가진 사람을 단순히 산술 평균한 것으로, 죽은 사람의 목을 잘라 산사람에게 보태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