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장들은 지금의 비정상적 금리구조가 지속될 경우, 돈의 흐름이 심각히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가계부채 조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민간소비가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국내 시중·국책은행장들은 17일 박 승 한국은행 총재 초청으로 열린 월례 금융협의회에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 소멸, 국내외 금리 역전 등 지금의 금리구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 금융순환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장기 시장금리 지표인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연 3.26%로 콜금리(3.25%)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넘치는 유동성이 민간수요 부진 탓에 대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안전자산(국채)에만 몰리다 보니, 3년짜리 이자율과 하루짜리 이자율이 같아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장기 금리하락으로 은행들이 신규 취급하는 저축성 예금 평균금리는 물가상승률 수준인 연 3.48%까지 하락했으며, 세후(稅後) 이자율로 보면 실질금리 마이너스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국내 초(超)저금리 기조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어, 미국 국채수익률이 우리나라 국고채수익률을 0.2~0.4%포인트 가량 웃도는 내외금리 역전현상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장들은 실질금리 마이너스와 내외금리 역전 등 비정상적 금리구조가 지속된다면 돈이 계속 금융권에서 맴돌 뿐더러, 오히려 나라밖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만큼, 시장왜곡을 부추길 수 있는 추가 금리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격차를 정상화하려면 콜금리 추가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의 환율급락에 대해선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은행장들은 "과도한 환율하락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켜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며 "특히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깎아 중소기업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환율은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부담이 대부분 해소돼 민간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수회복을 위해선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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