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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백신 부족' 한밤 면피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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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백신 부족' 한밤 면피성 발표

입력
2004.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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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 질병관리본부가 느닷없이 보도진에게 ‘소아마비 백신 일시적 공급부족 예상’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통상 국민 건강과 관계되는 보도 내용의 경우 1주일쯤 전에 보도진에게 예고해주던 관행에 비춰 볼 때 이례적인 일이었다. "왜 이같이 중요한 보도자료를 밤중에 배포하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뚜렷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소아마비 백신의 품귀는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10월 들어 국내에 ‘주사용 소아마비 백신’ 생산을 독점 공급하는 회사의 물량이 달리면서 품귀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은 올해 초 보건 당국이 기존의 ‘경구용 백신’을 갑자기 ‘주사용 백신’으로 대체키로 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후 수급 예측도 않고, 예산 확보도 소홀히 한 것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러한 백신 부족사태를 뻔히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품귀가 현실화 하기 전까지 쉬쉬하며 숨겨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밤중에 갑자기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일부 언론에서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이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이루어진 듯 하다. 내용도 ‘일시적인 공급부족 사태이므로 집단면역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대책이라고는 기껏해야 ‘영아가 아닌 3차 접종 대상자는 되도록 늦게 접종을 해 병·의원이나 보건소의 물량에 맞춰 주세요’식이었다.

공급 차질이 시작된 10월부터 공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2월까지 모두 87만명분의 백신이 필요한데, 현재 재고량은 72만4,000명분에 불과하다. 15만명에 가까운 아이의 부모들이 ‘당국의 물량 수급에 맞추느라’ 예방접종을 미뤄야 하는 이 현실을 누가 이해할 것인가. 보건 당국의 무성의와 대담함이 정말 놀랍다.

권대익 사회부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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