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사진) 성공회대 교수가 동양 고전을 새롭게 읽어 소개한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발행)을 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1988년 가석방될 때까지 20년 동안 감옥에서 곱씹어 읽은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노자’ ‘묵자’ ‘한비자’ 등 주로 중국 고전에서 길어올린 성찰이 담겨있다.성공회대에서 열었던 ‘고전강독’ 강의내용을 정리한 이 책에서 신 교수는 고전을 통해 "당대 사회의 과제를 재조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화두로 삼은 것은 서양의 존재론에 대비되는 동양의 ‘관계론’적 사고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子曰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 자로(子路)편의 구절을 보통 해석과는 조금 다르게 풀이한 그는 ‘동(同)의 논리’를 지배와 억압, 흡수와 합병의 논리이며 근대사회의 논리이자 존재론의 논리로, 화(和)를 공존과 평화의 논리로 대비해서 본다.
그리고 이 동의 논리를 화의 논리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이고 ‘20세기를 성찰하고 21세기를 전망하면서 동시에 우리 민족의 문제를 세계사적 과제와 연결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동양고전을 통해 차분하게 우리사회를 성찰해볼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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