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쇳대박물관은 여러모로 남다르다. 건축가 승효상이 부식철판을 재료 삼아 지은 심상치 않은 건물이 그렇고 최홍규(48) 관장이 19세에 철물점 점원으로 시작해 강남에서 ‘최가철물점’을 운영하며 모은 돈을 몽땅 들여 지었다는 사실이 그렇다.열쇠의 방언인 ‘쇳대’에서 이름을 따온 이 박물관의 진면목은 최 관장이 30년 넘게 모은 열쇠, 열쇠패 3,000여 점을 호화찬란한 보물처럼 숨기고 있는 내부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공간이 모자라 수장품 중 300개의 전시품만 꺼내놓은 실내는 컴컴하다. 유리상자 안에 놓인 1,000년 전 혹은 몇 백년 전 자물쇠와 열쇠패 위로 강렬한 조명이 한데 모아지고 있을 뿐. 우리 생활에서 그저 잊혀져 가는 쇳덩어리에 불과했던 자물쇠와 열쇠를 문명을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이자 유물로 격상시킨 수집가의 안목이 자못 희한하고 놀랍다.
쇳대박물관이 한국 전통 자물쇠는 물론 동물 형상을 가진 중동 지방의 자물쇠, 질병을 물리치는 부적으로 이용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열쇠 등 세계 각국의 자물쇠를 엄선한 ‘세계의 자물쇠’ 특별전을 16일 개막했다. 실용공예품이자 주술적 물품 혹은 권위의 상징물로 쓰였던 자물쇠의 문명사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다.
특별전을 마련한 최홍규 대표는 "외국에서 자물쇠를 들여오다 세관에 불려 다니는 일은 다반사였다. 프랑스 드골 공항에서는 흉기로 오해 받아 압수당한 적도 있다"며 "자물쇠는 단순한 기능품이 아니라 장인의 혼과 숨결이 담긴 예술품"이라고 말했다. 새해 1월 31일까지. (02)766-6494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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